[만물상] 사람보다 비싼 개·고양이 진료비
지난해 경기도의 한 유료 주차장에서 바닥에 엎드려 있던 대형견 골든 리트리버가 진입하던 승용차에 치여 부상을 입었다. 갈비뼈 8대 골절, 기흉에 양쪽 대퇴골이 다 빠지고 금이 간 중상이어서 5차례 수술 받느라 치료비가 4000만원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해 차량 보험사가 몇 백만 원밖에 보상을 못 해준다고 하자 견주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반려견 치료비 4000만원을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운전자 책임이 크다”는 주장과 “개를 방치한 견주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소형견 몰티즈 3마리를 14년간 키워온 지인은 각각 방광암, 심장판막 비대증 등을 앓던 반려견들 병원비로 그간 지출한 돈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고 했다. 방광암 수술 받고 중환자실에 열흘간 입원한 비용이 1000만원, 빈혈로 수혈받는 데 1회 90만원 등 동물 병원 진료비가 생각 외로 비싸기 때문이다. 통장이 그야말로 ‘텅장’(텅빈 통장)이 됐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가장 큰 부담이 동물 병원 진료비다. 지난해 기준 한 마리 월평균 양육 비용이 약 15만원인데 그중 71.8%가 동물 병원 진료비로 나갔다는 통계도 있다. 반려동물의 동물 병원 방문 횟수가 연평균 4.6회다. 암, 심장병, 결석, 치매 등 반려동물도 나이 들면 병치레가 잦아져 병원 갈 일이 많아진다. 개나 고양이는 증상을 정확히 말로 설명할 수도 없으니 진단하느라 갖은 검사를 하다 보면 1회 진료비가 수십만 원 나오기는 예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의 동물 병원 1008곳 진료비를 조사했더니 ‘엿장수 맘대로’ 가격이었다. 지역별로 편차도 커서 세종시 초진료는 7280원, 충남은 2배 가까이 되는 1만3772원이었다. 같은 지역에서도 초진 진찰료가 3300원인 곳이 있는가 하면 5만5000원으로 16배 넘게 비싼 곳도 있었다. 입원비는 고양이가 최고 50만원, 대형견은 35만5000원인 곳도 있었다. 서울의 주요 대학 병원 1인실이 하루 45만~46만원인데 그보다도 고양이 입원비가 더 비싸다.
▶우리나라는 서너 가구에 한 집꼴로 개나 고양이를 키워 반려견·반려묘가 800만마리쯤 된다. 이 중 100마리에 1~2마리꼴로 주인에게 버림받아 연간 유기 동물 숫자가 12만마리나 된다. 진료비 표준화 등을 통해 동물 병원의 황당한 바가지 요금이 사라지고, 펫 보험 가입이 늘어나는 등 반려동물을 책임 있게 키울 환경이 정착되어야만 병들고 나이 들었다고 반려동물을 무책임하게 버리는 행태도 줄어들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숙 “한가인 결혼식 가서 축의금 5만원 냈다”...사과한 이유는
- 김도영, 2홈런 5타점... 한국 쿠바 잡고 4강 불씨 되살렸다
- 日 ‘다카라즈카’ 음악학교, 여학생 뽑을 때 외모 안 따진다
- 강원 춘천 아파트, 지하실 침수로 정전...720세대 불편
- 손흥민 130번째 A매치 출격... 쿠웨이트전 베스트11 발표
- ‘정년이’ 신드롬에 여성 국극 뜬다… 여든의 배우도 다시 무대로
- 러시아 특급, NHL 최고 레전드 등극하나
- 김대중 ‘동교동 사저’ 등록문화유산 등재 추진
- 국어·영어, EBS서 많이 나와... 상위권, 한두 문제로 당락 갈릴 듯
- 배민·쿠팡이츠 중개 수수료, 최고 7.8%p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