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돈 몰릴때, 한국서는 빠져나와…‘중국 리스크’ 수혜 놓쳤다
미중 무역전쟁 5년간 中서 외국인 이탈
설비 투자자금만 1697억弗 급감
대체 생산기지 베트남 246억弗 유입
◆ 脫중국 자금 소외된 韓 ◆
4일 매일경제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며 미중 갈등이 촉발됐던 2017년을 기점으로 중국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을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2011~2016년에 비해 2017~2022년에 중국에선 무려 1697억달러(223조원)에 달하는 그린필드 투자 감소가 나타났다. 그린필드 투자는 외국인이 공장 등 생산설비를 새로 짓거나 확장하는 것으로 현지에서 투자·고용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한국은 그린필드 투자 부문에서 거꾸로 161억달러가 줄었다. ‘탈(脫)중국’ 현상에 따른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다른 나라에 내줬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이 경기위축을 감안해 투자를 주저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이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금 순유출액은 내국인 해외직접투자(ODI)에서 외국인 국내직접투자(FDI)를 뺀 값이다. 이 금액이 클수록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보다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기업의 투자액이 많다는 뜻이 된다.
앞으로 투자 환경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3.1%로 작년(-2.0%)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도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1.2%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투자(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은 -0.8%로 1998년 외환위기(-20.5%) 이후 네번째로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기재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해외에 진출했다가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소득·법인세 감면 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탈중국 자금을 잡으려면 추가 투자유치 지원과 함께 반도체 후공정 분야로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종전까지 국내 반도체 기업은 중국 공장에서 주로 후공정(패키징)을 한 뒤 해외로 수출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중국에서 제작한 반도체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 공장에서 후공정 작업을 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전했다.
국내에서 미국으로 반도체를 직접 수출할 경우 인건비 등 비용은 더 들지만 미국 측의 제재는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탈중국 추세와 함께 세계 각국이 공격적으로 자국 투자 유치에 나서는 만큼 한국에서도 산업 정책적으로 노력이 더 필요하다”며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반도체 핵심 기술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시설 투자분에 최대 3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혜택 대상은 후(後)공정이 아닌 전(前)공정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후공정에 대한 세제 혜택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후공정을 하는 반도체 기업에 세액공제나 후공정 관련 기술개발(R&D)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0월께 국가전략기술에 새로운 기술을 추가할지 여부를 정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박병열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자금 유치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도 등 아시아 개발 도상국이 탈중국 자금 등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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