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든 사람 마주할까봐 시뮬레이션도”…시민 불안 극에 달해 ['묻지마 범죄' 시민 불안]
박유빈 2023. 8. 4. 20:01
분당 서현역 시민·상인들 두려움 호소
“외출할 일 있어도 안전한지부터 걱정”
서울 고속터미널역 흉기 소지 男 체포
신림역 사건 후 살인예고 글 최소 25건
다중시설 경계 강화… ‘모방 범죄’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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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속터미널역 흉기 소지 男 체포
신림역 사건 후 살인예고 글 최소 2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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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흉기 난동 사건으로 시민 불안은 극에 달했다. 14명의 피해자를 낸 ‘묻지마 흉기·차량 테러’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은 특히 공포감에 휩싸였다. 방패를 든 경찰이 곳곳에 배치됐고,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인 백화점 AK플라자는 사설 경비 요원이 순찰에 나서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4일 오후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의 충격이 아직 생생한데, 오리역과 서현역에서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인터넷 글도 이어지면서다. 주부 정미수(52)씨는 “신림역 사건 때만 해도 불안감이 크지 않았는데, 대형 아파트 단지 인근의 유동 인구가 많은 백화점에서 칼부림이 일어났다니 안전지대가 없는 느낌”이라며 “사건 보도를 보고 자극받은 사람들이 유사한 범죄를 시도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37)씨는 “아이가 방학이라 체험활동이나 쇼핑으로 함께 외출할 일이 많은데 안전한지 걱정부터 든다”며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잘 못 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인근 상인들도 두려움을 호소했다. 베이커리 점주 박모(47)씨는 “오늘 오전 아르바이트생이 평소보다 지각을 했는데 혹시나 싶어 마음이 철렁 내려앉더라”라며 “장사하며 스친 손님들 중에도 다친 사람이 있겠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배달기사 김성배(34)씨는 “피의자가 하필이면 배달을 하던 사람이라고 들었다”며 “음식을 픽업하러 식당에 들어가면 직원들이 깜짝깜짝 놀라는 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오리역 인근 화장품 매장 아르바이트생 최현지(26)씨는 “오늘 출근길에 부모님이 ‘호신용품이라도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는 살인 예고 글을 보니 주말엔 ‘집콕’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에서도 흉기를 소지한 남성이 붙잡히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대처법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모(28)씨는 “흉기를 든 사람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할지 혼자 시뮬레이션을 10번 넘게 해 봤다”며 “퇴근길에 듣는 노래가 삶의 낙이었는데 한동안은 주변 소리를 잘 들으려 이어폰도 안 끼고 다니려 한다”고 말했다.
서초경찰서는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건물 1층 상가에서 흉기를 들고 배회하던 20대 남성 A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39분쯤 “고속터미널에 칼을 들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A씨가 흉기를 들고 근처 보안 요원을 협박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은 A씨에게서 식칼 2개를 압수했다.
흉기를 사용해 유사한 범행를 저지르겠다는 온라인 예고 글이 전국에서 잇따르면서 경찰은 작성자 추적 및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주말을 앞두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겨냥한 위협성 게시물이 쏟아지면서 경계 태세가 강화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 사상 첫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특별치안활동이란 통상적인 일상치안활동으로는 치안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경찰청장 재량으로 경찰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하도록 하는 조치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경찰이 작성자를 검거했거나 추적 중인 살인 예고 글은 최소 25건이다. 이 가운데 2건은 검거했고 나머지는 작성자를 찾고 있다. 분당 흉기 난동을 전후로도 전국적으로 최소 15건의 협박 글이 게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분당 오리역, 부산 서면역, 잠실역, 한티역, 강남역 일대, 용산 등 언급된 장소 인근에 인력을 집중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인파가 몰리는 백화점과 쇼핑몰을 운영하는 유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협박글이 올라온 서울 잠실에서 롯데타워와 롯데월드몰을 운영 중인 롯데물산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기존 순찰 규모(70∼80명)의 2배 가까운 130명을 확대 배치했다고 밝혔다. 순찰 인력은 가스총, 3단봉 등 안전용품을 구비해 롯데타워 내부와 외곽, 출입문 게이트 등까지 확대 배치됐다. 서울 용산역과 연결된 HDC아이파크몰은 그간 정장을 착용하고 근무하던 보안 직원에게 보안 조끼를 지급했다. 경찰과 협조해 출입구와 유동 인구가 밀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순찰도 강화하기로 했다.
성남=박유빈·이규희 기자, 윤준호·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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