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해병대, 민간 상선 탑승 검토"... 이란 견제 위해 '유조선 용병' 자처?

김현종 2023. 8. 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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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상선에 미군 해병대 병력을 탑승시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해역을 지나는 유조선을 이란이 나포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자, 급기야 미군을 마치 용병처럼 민간 상선에 배치시키는 '극약 처방'까지 취하려 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이러한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건 최근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아랍과 서방을 오가는 유조선을 겨냥해 잇따라 '위협'을 가하는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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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미 국방부, 걸프 동맹국들과 논의 중"  
호르무즈 해협서 잇단 상선 공격에 대응
"희망하는 상선, 호위병력 탑승 방식 유력"
지난달 20일 미국 해병대 수천 명과 전투기 등을 태운 수륙양용상륙함 미 해군 USS바탄호가 대서양을 지나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상선에 미군 해병대 병력을 탑승시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해역을 지나는 유조선을 이란이 나포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자, 급기야 미군을 마치 용병처럼 민간 상선에 배치시키는 '극약 처방'까지 취하려 하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이 걸프만의 아랍 우방국들과 (무장 병력의 민간 유조선 승선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이란의 선박 나포를 막거나, 이 지역의 긴장감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호위를 희망하는 상선에 한해 미군 해병대원을 선박에 탑승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미군은 페르시아만 유역에 해병대원 수천 명을 급파하기도 했는데, 이 병력을 배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영국 가디언도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를 인용해 “미군이 이미 중동에 있는 해병대원을 (민간) 선박에 태울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고 전했다.


"미국 국적 아닌 선박에 미군 탑승 가능성도"

아직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미국 국적이 아닌 선박에 미군이 탑승할 가능성도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정부 관리는 "선박과 선주의 등록 국가 승인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이러한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건 최근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아랍과 서방을 오가는 유조선을 겨냥해 잇따라 '위협'을 가하는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2018년 미국이 핵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이란산 석유 수출을 제재한 뒤, 이란은 이 지역에서 군사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2년간 이란은 해협을 지나는 선박 5척을 나포했고, 12척에 대해 위협 조치를 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엔 일주일 만에 선박 2대를 나포하려 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에도 같은 시도가 있었다. 이에 올해 초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입됐던 A-10 공격기와 F-35전투기, 유도미사일 구축함 등을 파병했고, 지난달엔 상륙함 2척과 해병대 수천 명을 이 지역에 주둔시켰다.

미국 공군 F-35A 라이트닝2 스텔스 전투기들이 중동의 비공개 지역에 주둔해 있다. 지난달 25일 미 공군이 공개한 사진이다. AP 연합뉴스

"미군, 중동서 완전 철수 힘들다고 깨닫는 중"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는 미국의 탈(脫)중동이 불가능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수년 전부터 미국은 러시아·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중동 주둔 병력을 축소해 왔다. 페르시아만을 순찰하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남중국해에 배치하거나, 2021년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군시킨 게 대표적이다. 미 ABC방송은 "미국은 2년 만에 병력을 (중동에) 다시 주둔시켰다"며 "중동에 군사적으로 발을 들이기는 쉬워도 완전히 빼는 건 어렵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계획 실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여러 관계국의 승인을 받는) 절차가 매우 복잡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실행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당분간 실행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방부는 별도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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