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학교까지 뚫렸다…길거리 악마에 가슴졸인 대한민국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8. 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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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검문검색 강화하고
총기 대응 경찰관에 면책“
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성 글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온 4일 범행 예고 장소 중 한 곳인 경기도 성남시 오리역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2023.8.4 [이충우 기자]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을 자랑했던 ‘대한민국 안전 신화’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총기난사, 일본의 묻지마 살인과 비슷한 유형의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무차별 범죄가 확산되면서 이젠 시민들이 집밖에 나서는 순간부터 언제 자신에게 가해질지 모를 위해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된 것이다.

특히 SNS와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 살인을 예고하는 모방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고 일선 학교 현장에서도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는 등 시민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을 처음 발동하며 수습대책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예방과 치안, 처벌 등에 대한 제도 개편 없이는 한번 봉인이 풀린 연쇄 모방 범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협박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4일 협박글 속 범행 예고 장소 중 하나로 지목된 잠실역에 배치된 경찰과 지하철역 관계자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023.8.4 [이충우 기자]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온라인상에 무차별적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글이 이날 하루만에 20건 이상 올라왔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칼부림 살인사건에 이어 지난 3일 서현역에 발생한 무차별 테러를 모방한 범죄 예고여서 경찰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우려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대책 마련에 나선 경찰도 사상 첫 ‘특별치안활동’을 선언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흉기소지 의심자와 이상 행동자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선별적으로 검문검색 하겠다”고 밝혔다.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신원조회·흉기소지 여부 등을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흉기 난동을 벌이는 범인에 대해서는 총기나 테이저건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총기를 사용한 경찰관에는 면책규정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무차별 테러가 자주 발생하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우리도 이같은 위험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NHK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일본에서는 매년 평균 3~4건의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 초반까지 15건이 발생했을 정도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묻지마 범죄자’를 일컫는 길거리 악마라는 뜻의 ‘토오리마’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다. 미국에서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 최소 4명이 다친 총기 난사사건이 약 4000건이나 됐다.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주변에 경찰과 보안 요원이 배치돼 있다.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과 연결된 백화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시민 14명이 다쳤다. 2023.8.4 [이충우 기자]
문제는 이같은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고 원천차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격리되는 범죄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흉악범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데는 어느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흉악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흉기를 든 상대방에 대한 대처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정당방위 요건을 개선하고, 공권력 강화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크다.

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성 글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온 4일 범행 예고 장소 중 한 곳인 경기도 성남시 오리역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2023.8.4 [이충우 기자]
다만 ‘엄벌주의’가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일본 역시 2008년 이후부터 사형 등 강력한 처벌로 대응하고 있지만 묻지마 범죄는 증가하는 추세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묻지마 범죄’ 가해자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는 사회 전반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반영된 폭력”이라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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