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쥐려 군부 손 덥석… ‘친서민당’서 ‘배신의 아이콘’ 된 태국 20년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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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서민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아 온 태국 하원 제2당 푸어타이당이 '배신의 아이콘' 오명을 쓰게 됐다.
더 강력한 '반군주·반군부'를 표방한 전진당의 등장에 색채가 다소 옅어졌지만, 그동안 푸어타이당은 태국의 대표적인 '친서민·반군부' 정당이었다.
푸어타이당 지도부가 군부 측과의 회동에서 민트초콜릿 음료로 건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태국에선 해당 음료까지 덩달아 '배신의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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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군부 대척점 섰다 '권력 동지'로
양측 민트초코 회동에 "민트초코 퇴출"
20년간 서민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아 온 태국 하원 제2당 푸어타이당이 ‘배신의 아이콘’ 오명을 쓰게 됐다.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제1당과 결별하고, 오랜 숙적인 군부 손을 덥석 잡았기 때문이다. 군부 세력을 비판하고 개혁 노선을 지지했던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도 격화하면서 태국 정국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 단체 "푸어타이 결정 번복하라"
4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32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태국 ‘민주화단체연합’은 전날 밤 “국민이 선택한 전진당을 배제한 푸어타이당을 민주주의 이름으로 규탄한다”며 “결정을 번복하라”고 촉구했다. 푸어타이당이 3일 “전진당 주도 야권연합에서 탈퇴하고 정부 구성을 위한 새 동맹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이끄는 전진당은 5월 총선에서 왕실모독죄 폐지, 동성혼 합법화 등 개혁 공약을 내세우며 최다 득표를 했지만, 지난달 13일 총리 인준 투표에서 군부가 장악한 상원에 발목이 잡혔다. 이후 연정 구성 권한은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푸어타이당에 넘어갔다. 이 당은 친군부 성향 정당과 손잡아 인준 통과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푸어타이당 행보는 ‘배반’이나 다름없다는 게 시민사회의 평가다. 민주화단체연합은 “정치권이 시민들 호소를 귀담아듣지 않으면 심각한 대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타 대표의 총리직 도전 무산 이후, 방콕 등 주요 도시에선 전진당 지지자들의 소규모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앙숙 손잡고 '민주 세력 배신'
시민들의 분노 기저에는 푸어타이당에 대한 배신감이 깔려 있다. 더 강력한 ‘반군주·반군부’를 표방한 전진당의 등장에 색채가 다소 옅어졌지만, 그동안 푸어타이당은 태국의 대표적인 ‘친서민·반군부’ 정당이었다. 군부의 대척점에 서 있었다는 얘기다.
당의 실질적 리더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무상의료, 농민 부채 탕감 등 친서민 정책들로 도시 빈민과 농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당이 각종 부패 논란에 휩싸였을 때조차 평범한 시민들은 표를 몰아주며 신뢰를 보냈다.
4년 전 총선에서 푸어타이당이 가장 많은 표를 받으며 원내 제1당에 올랐던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 준다. 태국은 그간 친탁신 세력(레드셔츠)과 친군부(옐로셔츠)로 팽팽히 갈렸다. 그러나 권력 앞에서 ‘20년 앙숙’ 손을 잡고 야합에 나선 만큼, 이제 푸어타이당에는 ‘민주화 세력을 배신한 정당’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다.
정치적 결탁을 풍자하는 움직임도 있다. 푸어타이당 지도부가 군부 측과의 회동에서 민트초콜릿 음료로 건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태국에선 해당 음료까지 덩달아 ‘배신의 상징’이 됐다. 태국 현지 일부 카페는 아예 민트초콜릿 판매 중단에 나서기도 했다.
방콕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시촘 퐁프롬은 AFP통신에 “민트초콜릿에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가게가 민주주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통신은 “태국 선거 이후 민트초콜릿 음료가 태국 분열의 희생양이 됐다”고 촌평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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