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학급에 '문제행동' 2명 더 있었다..."무섭다"던 교실은 원래 '급식실'
27명 중 '연필사건'2명+상담 필요한 2명
학부모 "집에선 안 그러는데...왜 그럴까요"
고인 "무섭다" 한 교실...급식실 개조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가 이른바 '연필사건' 외에도 다른 학생 2명의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인은 전문적인 심리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 문제로 학부모들과 겪은 고충을 주변에 토로했지만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은 부재했다.
27명 중 최소 4명에 문제 발생...학부모, 화내거나 무관심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4일부터 12일간 진행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합동 진상조사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조사단은 고인이 사망 6일 전 발생한 연필사건 외에도 "학기 초부터 문제행동 학생으로 인해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학교 알리미에 따르면 고인이 담임을 맡은 학생은 27명으로 교육부 과밀학급 기준(28명)에 인접한 '콩나물 교실'이었다. 이 중 4명의 학생에게 문제가 생기며 교사로서 부담이 커진 것이다.
조사단은 학생 2명의 경우 고인과 교감이 학부모에게 심리상담을 권유할 정도로 정서·행동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 학생은 교실에서 화를 내거나 막말을 해 교감이 고인에게 학부모를 통한 상담을 권유했는데, 고인은 이후 동료 교사에게 "연락을 했는데 불편함을 느꼈다" "상담을 받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고 호소했다.
다른 한 명은 울고 고집을 피웠고 불안 증세를 보였다. 동료 교사와 보조교사는 "가위질을 하다 수틀릴 때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린 적이 있다" "2, 3일에 한 번씩 '선생님 때문이야'라며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폭발하는 등의 행동이 이어졌다"고 조사단에 진술했다. 이를 알려도 학부모는 "집에서 그러지 않는데 학교에서는 왜 그럴까요"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고인 사망 6일 전 발생한 연필사건의 학부모 태도는 대조적이었다. 조사단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수업 중에 한 학생이 연필로 가방을 찌르자 이를 빼앗으려던 다른 학생이 연필로 자신의 이마를 그어 상처가 생겼다. 피해 학생의 부모가 다음 날 휴대폰으로 수차례 전화를 걸자 고인은 동료 교사에게 "학부모가 엄청 화를 내셨다. 개인 휴대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다만 그날 고인과 서이초 인성생활부장 입회 하에 두 학생의 부모가 교무실에서 만났고, 사과를 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됐다.
조사단은 고인의 휴대폰과 업무용 컴퓨터는 경찰이 조사 중이라 휴대폰 번호 유출 경위나 학부모가 고인에게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운 없어서 4명 떠안았나...배경엔 '시스템 부재'
저연차 담임교사 혼자 지도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고인의 반에 몰렸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전반에서는 '시스템의 부재'가 드러났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 3학년으로 올라가면 그런 학생을 분산하거나 잘 할 수 있는 선생님에게 배정할 수 있는데 1학년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또한 특수교육대상자는 학기 초 특수교사, 학부모, 상담교사 등이 학생 특성에 맞는 '개별화교육계획'을 세우지만 고인이 맡은 4명의 학생은 대상자가 아니라 그런 대비도 없었다. 장 차관은 "현재 시스템으로는 이런 경우 별도의 교육계획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며 "개선의 여지가 있고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업 진행이 어려운 학생이라도 학부모 동의가 없으면 치료기관에 맡길 수 없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열악한 여건으로 고통을 받은 건 다른 서이초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이초 교사 65명(응답자 41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정도(5점 만점)를 조사한 결과, '교권 침해'(3.9점) '부적응학생 지도'(3.9점) '업무량'(3.8점) '학부모 민원'(3.7점)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의 민원·항의를 겪었고, 14.6%는 월 7회 이상 경험했다고 답했다.
과밀학급→급식실까지 교실로...고인은 "너무 무섭다" 개선 요구
과밀학급은 학생의 문제 행동에 교사들이 대응하기 어려운 배경이었을 뿐 아니라 '급조'한 공간까지 교실로 사용되는 원인이었다. 일반 교실이 복도와 외벽 방향에 모두 창문이 있는 것과 달리 고인의 교실은 한쪽에만 창문이 있었다. 인근 지역 재건축으로 학생 수가 늘자 임시방편으로 급식실을 개축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고인은 '제비뽑기'로 해당 교실이 배정되자 "너무 어둡고 무섭다"며 개선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설세훈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은 "학교 주위에 재건축이 계속 이뤄져 과밀학급이 된 상황"이라며 한 학급에 배치되는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급식실까지 교실로 전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창문을 추가로 내지 않은 이유는 "바로 앞에 있는 다른 교실과의 간섭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학기부터 서이초 내 관리실 등의 공간을 교실로 전환하고, 관리실은 '모듈러'(공장에서 조립한 일종의 컨테이너 공간)로 전환할 방침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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