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웅’된 러 죄수 용병, 사면되자 6명 살해하고 불 질렀다
죄수 용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남성이 고향으로 돌아와 6명을 살해하고 방화를 저질렀다. 전과를 가진 데다 전쟁까지 경험한 죄수 용병들이 사회에 복귀하면서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일 러시아 북부 지역 카렐리야 한 마을의 불에 탄 두 채의 주택에서 자상을 입은 남성 5명과 여성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한 집에서는 42세, 47세, 76세의 남성과 38세의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다른 집에는 70세 남성과 그의 아들인 39세 남성의 시신도 확인됐다.
이고르 소포노프(38)와 막심 보치카레프(37)가 용의자로 체포됐는데, 두 사람은 이미 각각 살인미수·강도·절도, 강간·차량탈취·강도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사건 당시 만취 상태였으며 범행을 은폐하려고 집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용의자와 피해자 간의 오랜 갈등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들은 살인 혐의로 최소 2개월 구금될 예정이다.
특히 소포노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으며, 올봄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다만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 정규군 중 어디에 속해있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소포노프의 소셜미디어를 보면, 프로필 사진에 ‘Storm-Z(스톰-Z·전과자로 이뤄진 부대)’ 이미지가 있으며, 군복을 입고 무장한 채 동료 병사들과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소식을 접한 한 트위터 이용자는 “전직 용병이 한 집에서 아버지, 아들을 죽이고 다른 집에선 세 남자와 여자를 죽였다. 증거를 없애려 두 집을 불에 태웠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습관일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대가로 자유롭게 거리를 걷도록 내버려 뒀다. 러시아는 테러리스트를 영웅 취급하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죄수 용병이 사면 후 범죄를 저지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3월 러시아 키로프주 소도시 노비부레츠에서 살인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받고 수감됐다가 바그너 용병이 된 이반 로소마킨(28)이 사면 후 열흘도 안돼 고향에서 노인 율리아 부이스키치(85)를 살해해 체포된 바 있다.
앞서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해 중반부터 러시아 전역의 교도소를 돌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6개월간 싸운 뒤 살아 돌아온다면 사면과 자유를 약속한다며 용병을 모집한 바 있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말 교도소에서 모집한 3만2000명의 수감자들이 참전을 대가로 사면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돌아온 복역자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면된 수감자들이 저지른 범죄는 83건뿐”이라며 “이는 정상적으로 복역한 후 석방된 다른 죄수들이 저지른 범죄 건수의 8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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