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방출' 와이드너→태너 교체 승부수…7월 22일 밤, 모든 게 결정됐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될 것 같다."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에게 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를 앞두고 외국인 투수 테일러 와이드너(29)의 교체 가능성을 물으니 돌아온 답이다. 와이드너는 올해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2패, 61⅔이닝, 평균자책점 4.52를 기록하고 있었다. 퀄리티스타트는 6차례. 절반은 좋았고, 절반은 나쁜 '퐁당퐁당' 투구를 이어 가고 있었다. 5강을 노리는 NC로선 와이드너보다 안정적인 선발투수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강 감독은 "와이드너가 '퐁당퐁당'을 하고 있다. 한번 좋으면 다음에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한 시즌 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안타깝다. 아직 본인의 모습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허리 부상이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부상 때문에 투구폼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와이드너의 운명은 이미 지난달 22일 결정됐다. 와이드너는 이날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고전했다. 시즌 내내 기복이 심한 투구에 교체 버튼을 누를까 말까 하던 차였다. 결국 이날 밤 NC 강인권 감독과 임선남 단장은 깊은 논의 끝에 교체로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발표 시점이었다. NC는 비상시를 대비해 준비해뒀던 교체 선수 리스트에서 좌완 태너 털리(29)와 계약을 결심했다. 태너와 구체적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한국에 올 시간을 벌려면 와이드너가 남아서 더 해 줄 몫이 있었다. 와이드너는 그렇게 2경기 더 등판할 기회를 얻었다.
운명의 장난일까. 와이드너는 사실상 방출이 결정된 뒤로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창원 kt 위즈전에서 6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더니 3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7이닝 4피안타 무4사구 8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이제야 에릭 페디(30)와 원투펀치로 기대했던 투구를 보여주나 싶었는데, 고별전이 됐다. KBO리그 데뷔 이래 최고의 투구를 펼친 다음 날 NC는 와이드너에게 작별을 고했다.
NC는 4일 오후 'KBO에 와이드너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고, 대체 외국인 선수로 태너를 영입했다. 계약조건은 연봉 15만 달러, 옵션 5만 달러로 총액 20만 달러 규모'라고 알렸다.
NC 관계자는 "7월 22일 대전 한화전이 끝나고 감독님과 단장님이 논의 끝에 교체를 결정했다. 와이드너가 스프링캠프 때 보여준 모습과 기대에 못 미쳐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별도로 평소에 외국인 선수 리스트를 준비해뒀다가 태너 선수와 계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태너는 미국 인디애나주 출신으로 키 188㎝, 92㎏의 신체 조건을 갖춘 왼손 투수다. 시속 144~148㎞로 형성되는 직구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를 섞어 던진다. NC는 "커리어 대부분을 선발투수로 뛰어 스태미나가 우수하고,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태너는 2016년 드래프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지명돼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3경기, 승패없이 6이닝,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59경기(선발 131경기) 44승51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했다. 올해는 뉴욕 양키스 산하 트리플A 소속으로 19경기(선발 19경기)에 출장해 5승 5패 평균자책점 5.64를 기록했다.
임 단장은 "계속 선발로 뛰어왔던 좌완 투수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선발 투수로서 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NC는 55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외국인 투수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NC는 시즌 성적 45승43패1무로 5위에 올라 있다. 태너에게는 10경기 남짓 선발 등판 기회가 주어질 텐데, 와이드너보다는 더 많은 승리를 안겨주길 기대하며 승부수를 걸었다.
태너는 구단을 통해 "NC에 입단해 매우 기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멋진 팬들 앞에서 야구를 할 생각에 벌써 설레고 기대가 크다. KBO에서 오래 선수 생활을 한 친구 드류 루친스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한국과 KBO리그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코로나 때 ESPN에서 KBO 경기들을 중계해줬는데, 그때 가족들과 재미있게 야구를 시청하며 언젠간 KBO리그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KBO 팬들의 환호성과 에너지는 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5강 승부수로 영입된 만큼 최선을 다짐했다. 태너는 "내 목표는 NC의 우승이다. 나를 포함해 팀원 모두가 건강하게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NC 팬 앞에서 공을 던진다는 생각에 벌써 기대되고 설렌다. 얼른 야구장에서 뵙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태너는 비자 발급 등 필요한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입국해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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