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노인회 사과 방문 조율중…여권 "보통선거정신 부정, 대국민 사과할일"

한기호 2023. 8. 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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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본청 당대표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지난 8월3일 용산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김호일 노인회장이 노인폄하 발언 사과를 위해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면담 중 위원장의 뺨 대신 사진을 때리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은경 당 혁신위원장의 '미래 짧은 분들과 1대1 표결' 노인 투표권 폄훼 발언 논란에 직접 대한노인회 사무실을 찾아 사과할 계획인 것으로 4일 전해졌다. 대한노인회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휴가 중이던 이재명 대표 측은 노인회 측에 연락해 서울 용산구 중앙회 사무실로 사과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이다.

민주당은 이날까지 대한노인회를 수차례 찾아 사과했다. 지난 2일 친문(親문재인)계 한병도 의원과 혁신위원인 이해식 의원이 먼저 방문했고, 전날(3일)엔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당내 투톱' 박광온 원내대표가 차례로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김 위원장의 사진을 들고 와 사진 속 뺨을 때리며 "정신 차려"라고 외쳤다.

늑장 사과한 민주당에선 하루 만에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는데, 이 대표의 노인회 방문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늘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 따귀' 사건에 이해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으로 "김 위원장이 간접적인 폭력행위를 당해야할 만큼 잘못했나"라고 따졌고,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은 SBS라디오에서 "충격적이긴 했다"고 말했다.

노인회는 지난 2일 발표한 성명에서부터 "950만 노인 세대들은 김 위원장의 '평균 잔여 수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무시한 발언에 분노한다"면서 김 위원장, 그의 역성을 들며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 투표한다'는 발언을 한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여권에선 '노인회 달래기' 이전에 태도 문제이며, 헌법정신 위배로 '대국민 사과'해야할 문제란 지적이 나왔다. 백경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겨냥 "노인회 사과요? 집안 단속부터 잘하시라. 김은경·양이원영·이해식·김남희·민형배('난데없는 폭력성' 발언)…돌아가며 어르신들 약 올리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노인회 찾아가 사과하더니 기껏 뒤에 가서 딴소리다. 앞뒤가 다른 건 민주당 '국룰'(국가공인 규칙으로 빗댄 신조어)인가"라며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더니 뒤에 가서 딴소리, 가난 코스프레 하더니 뒤에 가선 코인 부자, 국민 놀리는 것도 정도껏 하시라"라고 '거액 코인보유·거래내역 제출 거부' 김남국 의원 사례까지 비판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원로 인명진 목사(77)는 이날 국회방송 '정치라이브'에 출연해 "김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은 민주당의 DNA인 것 같다. 그런데 저는 단지 이걸 노인폄하 발언으로만 보지 않는다"며 "노인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얘기는 우리나라 민주적·헌법적 가치를 부인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인명진 목사는 "민주주의의 근간은 선거 아닌가. 우리나라가 1948년에 처음으로 선거를 치렀다. 70년 전 그땐 문맹률이 98%였다"며 "오랜 유교적인 사상과 전통 때문에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고 반상제도의 폐해가 지속됐던 때이지만 그런 때에도 성별·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투표권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1948년 당시) 획기적인 일이고 이게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전통"이라며 "법학 교수이자 한 정당의 혁신을 위해 들어간 사람이 저런 얘기를 했는데 무슨 혁신을 제대로 하겠나. 더욱 민주적인 정당이 돼서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도록 하는 게 혁신인데 비민주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혁신위원장을 하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자손들 미래를 가장 많이 걱정하고 생각한 사람들이 노인들"이라며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지 않았으니 투표하지 말라'면 왜 본인들은 우리가 과거에 일궈 놓은 이 산업화의 발전과 민주주의속에서 살아가고 있나"라면서 "노인회에만 사과할 일이 아니고 제대로 대국민 사과를 해야된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인 목사는 "김 위원장도 노인회만 찾아가서 입발린 소리를 하는데 이걸 진정한 사과라고 볼 수가 없다"며 "대국민 사과는 당대표가 나와 제대로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인 목사는 김 노인회장의 '사진 때리기'에 대해선 "노인회장이 조금 지나치셨다. (김 위원장 등을 말로) 따끔하게 혼내고 돌려보냈으면 좋았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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