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서이초 진상' 없는 '맹탕' 합동 조사…"그럴 거면 왜 했나?"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3. 8. 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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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교육당국 합동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이미 나온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입니다. 이미 나온 내용보다 오히려 구체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교사 사망의 진실 규명은 경찰의 몫으로 넘겨졌는데요, '그럴 거면 합동 조사는 왜 했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학부모 전화에 시달렸다" 재확인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지난달 24일 합동조사단을 꾸렸는데요, 경찰 수사와는 별도의 조사 활동을 벌인 겁니다.

교육 당국의 합동 조사 결과가 오늘 발표됐는데요, 요약해 보면 ▲ 이른바 '연필 사건' 관련해 학부모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고 불안감을 느꼈다 ▲ 숨진 교사가 학기 초부터 학급 내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의 생활지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 서이초가 교사 사망 사건 초기에 낸 입장문은 모두 사실이다는 겁니다.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장상윤 교육부 차관의 설명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연필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 7월 12일 오전 수업 중 B 학생이 A 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A 학생이 그만하라며 연필을 빼앗으려다 자신의 이마를 그어 상처가 생긴 사건"으로 설명했습니다. 동료 교사 진술과 기록 등을 토대로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 당일 학부모가 여러 번 고인과 통화를 시도한 점, 통화가 이뤄졌을 때 학부모가 화를 냈다는 점, 고인은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휴대전화 번호를 학부모가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불안하다는 말을 동료 교사에게 한 점 등이 확인됐습니다. 

연필 사건 발생 당일 고인이 A 학생 학부모에게 개인 휴대폰으로 다수의 부재중 전화가 왔었고, '해당 학부모와의 통화에서 엄청 화를 내셨다'라는 내용과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아셨는지 불안해했다'는 점도 동료 교원의 진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장상윤 교육부 차관

이와 관련해 장 차관은 기자들과 일문일답 시간에 "숨진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대해 굉장한 스트레스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합동조사단은 다만,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게 된 경위나 폭언을 했는지 여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합동조사단은 또 고인이 학기 초부터 다른 문제행동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필 사건'에 관련된 두 학생 외에도 다른 두 명의 학생 때문에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겁니다.

이 내용도 이미 알려지긴 했지만 장 차관은 "교사들 증언에 따르면 학급에서 화를 내고 막말하는 C학생에 대해 (고인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 점이 있다", "D 학생은 가위질하다가 난동을 부린 적이 있고 2∼3일에 한 번씩 '선생님 때문이야'라며 울부짖는 소리를 내는 등 폭발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발표는 오히려 구체성 떨어져

교육 당국의 합동 조사 내용은 이미 서이초와 경찰이 밝힌 내용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우선 고인이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에 시달렸다는 건 학교 측이 지난달 27일 국회 정경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와 지난달 31일 경찰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반복하거나, 어떤 부분은 오히려 이들 내용보다 구체성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학교 측이 국회 정경희 의원실에 낸 자료를 다시 볼까요. 고인이 '피해 어린이 학부모가 교사 개인번호로 수 차례 전화를 걸어서 놀랐다', '소름 끼쳤다'며 고통을 호소했고 학교 측은 고인에게 얼른 전화번호를 바꾸라고 권유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소름 끼쳤다'는 표현 등 고인이 받은 스트레스가 오늘(4일) 발표보다 더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상담 요청 내용>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하였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함.

<상담 내용> 얼른 전화번호를 바꾸라고 권유함.

- 서이초가 국회 정경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중, 지난달 27일

또, 지난달 31일 경찰의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계자는 "이른바 '연필 사건'이 발생한 12일부터 고인이 사망한 18일까지 A 씨와 학부모 사이에 통화가 수 차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오늘(4일) 발표에는 '연필 사건' 당일의 부재중 전화와 통화만 언급돼 이미 공개된 내용보다 후퇴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서이초 자료에도 고인은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하였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 번호로 여러 번 전화했다'는 상담 내용이 나오는데요,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 만남(7월 13일) 이후에도 학부모 전화가 있었다는 걸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있어서 합동조사단은 "(연필 사건이 해결된 것으로 보이는) 7월 14일 이후에 어떤 추가적인 민원이나 이런 게 있었는지는 아까 발표문에도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행정적으로 학부모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고 경찰 수사에서 밝힐 문제라는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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