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뵈러 왔어요” 교사 덮친 20대 흉기범, ‘사제지간’ 진술[종합]

4일 오전 10시 3분께 대전 대덕구 한 고등학교에서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해당 고등학교에 경찰과 기자들이 몰려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평일 오전 고등학교에 들이닥쳐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망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20대 후반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4일 오전 10시3분께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 B(49) 씨의 얼굴과 가슴, 팔 부위 등을 흉기로 7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A 씨는 이날 오전 9시께 학교에 들어선 뒤 자신은 졸업생이며 은사인 교사 B 씨를 만나러 왔다는 식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그렇게 교내로 들어온 후 교무실을 찾아 B 씨를 찾았다. 'B 씨는 수업 중'이라는 말을 듣고 밖에서 기다리던 A 씨는 수업이 끝난 B 씨를 뒤쫓아 2층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 공격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범행 전 미리 준비한 흉기를 가방에 소지한 채 혼자서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영상은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A 씨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증을 교부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4일 오전 대전 대덕구 한 고등학교에서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학교 모습. [연합]

B 씨가 1층 행정실로 몸을 피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동안 A 씨는 그대로 학교 밖으로 도망쳤다.

B 씨는 이후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긴급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 위독한 상태로 전해졌다.

A 씨는 졸업생이라고 한 일과 달리 해당 학교 출신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B 씨와 사제 지간이었다고 경찰에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고 추정 중이지만 정확한 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건 직후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형사팀 전원과 강력범죄수사대 3개 팀, 경찰특공대 등 200여명을 동원해 A 씨 추적 작전에 나섰다. 2시간17분 만인 이날 오후 12시20분께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A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A 씨가 이 아파트 인근에서 택시를 타고 사건이 발생한 학교에서 내리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뒤 일대를 탐문했다. 이 과정에서 인근 주거지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A 씨를 붙잡아 조사했다. 그의 가방 안에 있는 흉기를 발견한 후 자백을 받았다.

대전 대덕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A 씨의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기 전"이라며 "B 씨 역시 위독한 상황이라 사실 확인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어 "A 씨와 상황을 목격한 학교 관계자 등 9명을 상대로 자세한 범행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4일 오후 2시께 대전 대덕구 교사 피습 사건이 발생한 한 고등학교에서 일찍 하교하게 된 자녀를 한 학부모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마중 나와 있다. 이날 오전 10시 3분께 이 학교에 '졸업생'이라고 말하고 출입한 외부인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교사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있고, 용의자는 이날 낮 12시 20분께 중구 태평동 한 거리에서 검거됐다. [연합]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교사가 너무 안타깝고, 학교 안전에 대해 특별히 더 챙겨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8월 중 교권 보호 대책을 발표할 때 학교 안 출입 강화에 대해서도 같이 발표할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