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유동화증권 반토막···신탁사 CEO는 美출장 취소

임세원 기자 2023. 8. 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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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누락 아파트' 등 후폭풍
상반기 발행액 11.9조로 뚝
부동산PF 부실 우려 확산에
'사업 중심축' 신탁회사 긴장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전경. 사진제공=금융투자협회
[서울경제]

레고랜드 사태 여파에 최근 ‘철근 누락 아파트’ 논란까지 겹치면서 올 상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 증권 발행 규모가 절반 이상 급감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확산하자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주요 부동산 신탁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10월 미국 출장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4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동산 PF 유동화 증권 발행 금액은 11조 8988억 원, 발행 건수는 3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0.8% 59.6%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발행 금액은 24조 2005억 원, 발행 건수는 832건이었다. 부동산PF 유동화증권는 만기가 1년 이상인 자산유동화증권(ABS), 3~6개월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3개월 이하인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으로 나뉜다.

만기 도래 시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위험을 떠안아야 할 신용 보강의 주체도 증권사에서 건설사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증권사의 신용 보강 비중은 46.8%로 건설사(45.0%)와 비슷해졌다. 증권사의 신용 보강 비중이 2019∼2022년 내내 50%를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장 구조를 완전히 바꾼 셈이다.

이인영 나이스신평 수석연구원은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던 지난해까지는 증권사가 착공 전 현장 브리지론(단기 대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신규 사업 감소, 브리지론의 본 PF 전환 지연에 따라 증권사 참여분이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금리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여전히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PF ABSTB 금리(A11등급 기준)는 지난해 9월 3.7%에서 12월 7.4%로 급등했다가 정부의 채권시장 안정화 대책의 영향으로 올 7월 4.3~4.5%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 저하와 높은 조달 금리로 부동산 PF 사업성이 크게 저하돼 일부 금융기관의 관련 자산 건전성 약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일부 금융기관은 수익성 및 자본 적정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가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해당 사업의 중심축인 부동산 신탁사 CEO들도 당국과 시장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투협은 국내 부동산 신탁사 CEO 7~8명을 모아 10월 로스앤젤레스(LA)·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서부를 방문하기로 한 일정을 최근 취소했다. 신청자가 모집 인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 탓이다. 출장 의사를 밝힌 부동산 신탁사 CEO는 대신 다음 달 말 뉴욕·시카고 등 서 회장과 자산운용사 CEO들의 미국 동부 출장 때 합류하기로 했다.

이번에 무산된 부동산 신탁사의 미국 출장은 금투협 ‘뉴 포트폴리오 코리아(NPK)’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출장길이 막혔던 2020~2021년을 제외하면 무궁화신탁·생보부동산신탁·아시아신탁 등 매년 부동산 신탁사 CEO 7~8명이 이 프로그램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금투협은 올해도 부동산 신탁사 CEO들과 미국 서부의 부동산 개발 사업 성공 사례 등을 살필 예정이었다. 앞서 자산운용사 CEO들은 올 4월 프랑스·이탈리아로, 증권사 CEO들은 5월 영국·아일랜드로 각각 1차 출장을 떠난 바 있다.

부동산 신탁사들의 실적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시장 침체, 고금리, 자금 경색, 신규 분양 급감 등의 여파로 날로 악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신탁사 14곳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153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2495억 원)보다 13.7% 감소했다. 금융 당국도 최근 제2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급등, 새마을금고의 예금 인출 사태 등을 계기로 업계에 연일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 차단 조치를 주문하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발 사업이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고 대형 시공사들도 정비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어 시공사뿐만 아니라 부동산 신탁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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