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끊임없는 기술 개발·인재 육성···21세기엔 '작은나라'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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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너무 작아서 실패할 수 없는 국가(원제 Too small to fail)'은 인구가 적고 땅은 좁지만 강한 사회적 유대, 현실 적응력과 혁신성으로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된 강소국을 다루고 있다.
책에는 이스라엘, 네덜란드, 스위스, 핀란드, 아일랜드, 싱가포르, 덴마크, 호주 등의 우수 사례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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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적고 땅 좁은 탓에 협력 필수
생존위해 자발적 유대·혁신 공들여
이스라엘·스위스·아일랜드·濠 등
R&D·기업가정신으로 경쟁력 UP
이념차이로 분열하는 美·中과 대조
#.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자신의 막대한 재산 형성에 기여한 여러 이유 중 많은 부분을 행운 덕분으로 돌리면서 그 행운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국가(1930년대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1988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이 인생을 보내기에 가장 바람직한 장소”라는 한 연구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 한 세대가 지나지도 않아 운은 바뀌었다. 2012년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을 세계 순위에서 대만 아래 16번째 국가에 놓았다. 최고 순위에는 스위스, 싱가포르, 아일랜드와 같은 인구 2500만 명 이하의 ‘작은 국가’가 대거 포함됐다. 2018년 유엔 인간개발지수에서 상위 20위 중에서 15개가 작은 국가였다.
신간 ‘너무 작아서 실패할 수 없는 국가(원제 Too small to fail)’은 인구가 적고 땅은 좁지만 강한 사회적 유대, 현실 적응력과 혁신성으로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된 강소국을 다루고 있다. 책에는 이스라엘, 네덜란드, 스위스, 핀란드, 아일랜드, 싱가포르, 덴마크, 호주 등의 우수 사례가 담겼다.
이 같은 ‘작은 국가’들의 성공은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수천 년 동안 국가의 위상은 영토와 인구, 군사력, 천연자원의 크기로 평가된 강대국인지 여부에 달려 있었다. 때문에 이를 얻기 위한 무력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이런 물리적 수치의 중요성은 점차 감소하는 중이다. 급격한 정보기술과 교통, 통신의 발달에 따른 상호의존성 증가와 함께 거꾸로 성별과 세대, 계층, 인종, 이념과 관련된 유대감이 느슨해지면서 국가의 규모와 성격을 재구성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저자는 작은 국가들의 기존 취약성이 이들을 오히려 각성시켰고 겸손함을 갖게 했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항상 안팎으로 협력하려 하고, 자발적 유대의 필수 요소인 신뢰 관계와 신뢰 문화가 사회에 뿌리 깊어졌다는 것이다. 이어 협력과 신뢰로 끊임없이 사회통합을 추구하며, 이는 경제적 성과로 이어졌다.
이들은 대외무역을 중시하면서 경제적인 개방성과 포용성을 키웠고 제조업 경쟁력, 과학기술 연구개발(R&D), 기업 혁신, 인재 육성에 국력을 쏟아부었다. 오만하지 않아 혁신에 더 적극적이며, 겉모습이 아니라 실질을 중시하고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도 이들 국가의 특징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빈부격차 심화와 이념 차이로 끝없이 분열하는 미국과 중국, 유럽 주요국들과 좋은 대조가 되고 있다.
중동에 고립된 이스라엘은 생존을 위해서 세계 최고의 기업가정신을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또 네덜란드는 창의성, 기업가정신, 국제적인 시각 등 17세기 황금시대의 특징이 현재도 여전하다. 스위스는 미래 세대에 부채를 넘기지 않을 결단을 내렸으며 핀란드는 신뢰와 협력을 기초로 한 교육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이 밖에 아일랜드는 낮은 세금과 양질의 인력 공급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고, 싱가포르는 소비자 중심으로 의료시스템을 개혁했다. 수도 코펜하겐을 2025년 세계 최초 탄소 중립 수도로 만들겠다는 덴마크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적극적인 총기 환매 프로그램을 통해 총기사고를 크게 줄인 호주 사례도 흥미롭다.
다만 현실 정치에서 이런 ‘작은 국가’들이 결국 미국·중국 등 초강대국의 원심력에 끌려 들어가지 않겠는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을 저자도 인정한다. 이에 대해 “작은 국가들은 경쟁 회피에 대한 이점을 잘 이해하고 갈등을 피하는데 능숙하다. 대립이나 강요, 뇌물이 아닌 협상을 통해 목표를 성취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책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인구 5000만명의 한국은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력을 지니는 만큼 이 책에선 작은 국가로 분류해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국가들이 직면한 지정학적 리스크, 사회적 모순 등의 상황은 비슷해서다. 2만 3000원.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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