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악마' 한국도 봉인 풀렸다
한 해 10여건 日 전철 밟을 우려 … 처벌 강화 시급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을 자랑했던 '대한민국 안전 신화'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총기 난사나 일본의 묻지마 살인과 비슷한 유형의 무차별 범죄가 확산되면서 이젠 시민들이 집 밖에 나서는 순간부터 언제 자신에게 가해질지 모를 위해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된 것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 살인을 예고하는 모방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고 일선 학교 현장에서도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을 처음 발동하며 수습 대책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예방과 치안, 처벌 등에 대한 제도 개편 없이는 한 번 봉인이 풀린 연쇄 모방 범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신림역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무차별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글이 28건 올라왔다. 신림역 칼부림 살인사건에 이어 지난 3일 서현역에 일어난 무차별 테러를 모방한 범죄 예고여서 경찰은 물론 일반 국민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대책 마련에 나선 경찰도 사상 첫 '특별치안활동'을 선언했다.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긴급 담화문을 통해 "흉기 소지 의심자와 이상 행동자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선별적으로 검문검색을 하겠다"고 밝혔다. 흉기 난동 범인에 대해서는 총기나 테이저건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시민들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무차별 테러가 자주 발생하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우리도 이 같은 위험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NHK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일본에서는 매년 평균 3~4건의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 초반까지 15건이 일어났을 정도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묻지마 범죄자'를 일컫는 길거리 악마라는 뜻의 '도리마(通り魔)'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다. 미국에서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 최소 4명이 다친 총기 난사 사건이 약 4000건이나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같은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고 원천 차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적어도 흉악범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날 법무부는 "흉악 범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중증 정신질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흉기를 든 상대방에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정당방위 요건을 개선하고 공권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박나은 기자 / 안정훈 기자 /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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