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돌진 후 칼부림, 공포 극대화 노린 유럽형 계획범죄"
영미권 차량돌진 테러 모방 가능성
'외로운 늑대' 등과 옷차림도 비슷
부상자 14명 중 2명 뇌사상태 빠져
"살인예고자 구속 등 엄벌 처해야"
3일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은 영미권에서 자주 발생하는 차량 돌진 테러를 모방한 계획범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모방 범죄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발생한 사건은 유럽에서 보편화된 차량 돌진 테러의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당시 최 모(21) 씨는 어머니 소유의 차를 몰고 백화점 근처 인도로 돌진해 시민 5명을 들이받은 뒤 차가 더는 움직이지 않자 차에서 내려 흉기를 들고 백화점 여러 층을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9명을 찔렀다. 14명의 부상자 가운데 차에 치인 20대 여성 김 모 씨와 60대 여성 이 모 씨는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최 씨의 범행 형태가 최근 10년 사이 유럽과 영미권에서 자주 등장했던 ‘차량 돌진형 테러’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모방 범죄라는 의미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유럽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형 테러는 주로 차량에 폭탄을 싣는 방식으로 2차 공격을 하지만 전날 서현역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총기 또는 폭탄을 규제하고 있으므로 이런 도구 대신 칼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시도한 것”이라면서 “외관상으로 보면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시민들의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이런 복합적 형태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차량을 이용한 공격이나 테러는 전혀 새로운 기법이 아니지만 특별한 무기나 전략 없이도 다수의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이전부터 위험성이 경고된 바 있다. 치안행정학회는 2018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서구 유럽 등 국가에서 차량 돌진 테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나 ‘외로운 늑대형’의 개인 테러리스트들이 기존 사회의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수의 민간인 살상을 목표로 파괴력 있는 테러 공격을 현실화할 수 있는 매우 손쉽고 용이한 도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씨가 칼을 휘두를 당시 착용했던 복장 역시 해외 범죄자를 모방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최 씨는 당시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했던 날씨에도 검정색 긴팔 후드티에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배상훈 우석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 씨의 옷차림은 영미권에서 ‘외로운 늑대형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들의 것과 비슷한데 최 씨가 이를 그대로 따라한 것 같다”면서 “모방 범죄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행 장소를 공공장소로 선택한 것은 신림동 흉기 난동범을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모방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살인예비죄 등으로 테러·칼부림 예고 글 게시자를 구속 수사하는 등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달 새 살인 예고 글이 25건 넘게 올라오고 있는데 이를 장난으로 치부하거나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최 씨를 긴급체포한 뒤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2001년생으로 배달업에 종사하면서 가족과 함께 지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대인기피증이 있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했으며 이후 정신의학과에서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최 씨가 “특정 집단이 자신을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고 한다” “자신의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 등의 진술을 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피해망상 등 정신적 질환으로 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피의자가 당시 얼굴을 가려 신원을 숨기려 한 점, 현장을 벗어나면서 흉기를 인근 화단에 버린 점 등을 보면 일반적인 정신 질환자의 범행 행태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도 없지 않다며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지낸 김상균 백석대 교수는 “조현병 환자는 주로 가족이나 지인을 대상으로 범행을 하는 반면 이번 사건 피의자는 차량을 서현역까지 끌고 와서 지나다니는 사람을 들이받고 현장에 내려서 백화점에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조현병 환자의 범행으로 단정하기에 조금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범행 장소로 사람이 많은 곳을 선택한 점을 고려했을 때도 계획적인 범행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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