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귀' 김은희 작가 "어려운 오컬트 드라마, 시청률에 감사하다"

박정선 기자 2023. 8. 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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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악귀'의 김은희 작가와 이정림 감독이 4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종영 소감과 함께 아쉬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모두 표현했다.

김은희 작가는 "기획부터 시작해서 '이런 아이템이 괜찮을까? 공중파에서 오컬트라니 시청자분들이 받아드려 주실까?' 고민한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도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부족한 부분들도 격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정림 감독은 "부족한 부분이 많았겠지만, 작가님, 배우들 그리고 훌륭한 스태프를 믿고 촬영에 임했다. 시청자들이 추리하는 내용도 흥미롭게 봤고, 지인들로부터 연락도 많이 받았다. '진짜 비밀로 할 테니 나한테만 몰래 말해줘'라는 문자만 여러 개 받았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악귀'를 집필, 연출하며 주안점을 둔 점에 관한 질문에 김은희 작가는 "귀신보다는 사람이 보이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귀신도 한때는 사람이었던 존재니까 그 귀신들에게도 나름의 이야기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다"고 답했고, 이정림 감독은 "모든 드라마가 그렇겠지만, 악귀 역시 주인공 구산영, 염해상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고 따라가지 못하면 끝까지 쫓아갈 수 없는 작품이었다. 촬영 전부터 작가님과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시청자가 둘을 응원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인물들의 첫 등장이나 공간 구현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또 악귀를 비롯한 귀신들, 상황을 묘사할 때 지나치게 화려한 VFX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익숙하면서도 무섭고 기묘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악귀'

'악귀'는 모든 배우의 열연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주인공 구산영 역 김태리, 염해상 역 오정세, 홍새 역 홍경을 비롯해 김원해, 김해숙, 그리고 특별출연 진선규 등이 좋은 호흡으로 '악귀'의 매력을 한층 살려냈다.

이에 대해 김은희 작가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었다. 오컬트라는 새로움에 도전해주시고 멋진 연기를 보여주신 명품 배우님들, 사랑하고 존경한다. 전 귀신보다 배우분들의 연기가 더 소름이 끼쳤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정림 감독은 "김태리, 오정세, 홍경 배우와는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다. 셋 다 질문이 엄청났다. 촬영 막바지쯤 배우들에게 고백했는데 주연들이 내 꿈에서까지 나타나 질문을 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거기서 또 다른 생각들이 파생되고, 그것에 관해 얘기하다 보면 막막했던 순간들이 해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태리는 열정적으로 현장을 이끌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네' 한마디도 수십 번 뱉어 보며 좀 더 좋은 것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배우고 그 결과물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내 것만 보는 게 아니라 숲 전체를 보고 있는 배우라 함께 작업하며 많이 의지하고 배웠다"며 "오정세는 고요하지만 단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다. 고독, 외로움, 외골수 등 염해상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다 소화하고 표현해줬다. 홍경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성숙하고 진중하며, 태도만으로도 본받을 점이 많다. 극 중 서문춘 형사가 죽은 뒤 시청자들이 더 슬퍼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이 홍경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청춘들을 좀먹는 그릇된 욕망과 사회악에 관한 메시지를 오컬트란 장르에 녹여낸 이유에 대해서 김은희 작가는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란 말이 있지 않나. 특히나 끔찍한 범죄를 보다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악귀'는 그런 생각에서 비롯됐던 것 같다. 방황하고 흔들리는 청춘에게서 희망을 빼앗아간 범죄자들을 귀신에 빗대어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악귀'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정림 감독과 김태리, 오정세, 홍경이 참석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악귀'는 변심 없는 콘크리트 시청층의 응원을 받으면서, 웰메이드 오컬트라는 평을 끌어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시청률 상승세를 보여주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김은희 작가는 "당연히 아쉬웠다. 더 많은 분들이 보시고 공감해 주셨다면 좋았겠다. 하지만 어려운 오컬트 드라마였기에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할 뿐"이라고 했고, 이정림 감독은 "누군가는 오컬트라 하기엔 밍밍하고 아쉽고, 누군가는 무서운 게 싫어서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두 반응을 모두 이해한다. 중간 지점을 잘 찾아가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었다. 동시에 중간 유입이 힘들다는 평가가 많았고 역시 동의한다. 그러나 그만큼 이야기 구조가 잘 짜여 있고 '빌드업'이 잘 된 작품이라고도 생각한다. 일명 콘크리트 시청층이 있었는데 1부를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이 끝까지 잘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일부 팬들은 '악귀'의 러브라인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만큼 김태리-오정세 혹은 김태리-홍경의케미스트리가 좋았던 덕분이다.

"물론 (멜로는) 제가 잘하는 분야가 아니지만 산영이와홍새의 러브라인을 꽤 밀어보긴 했었다"는 김 작가는 "제가 잘하지 못해서 많은 분들이눈치도 채지 못하셔서 사그라진 느낌이긴 하다. 해상이는 좋은 어른으로, 홍새도 든든한 선배로 남자로 눈이 먼 산영이 곁을 지켜주지 않았을까"라고 이야기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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