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끌 ‘LG맨’ 김영섭… 최우선 과제는 ‘경영 정상화·미래 먹거리 확보’
이사회 “디지털전환(DX) 역량으로 KT 미래성장 견인할 것”
KT 차기 대표 단독 후보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4일 선임됐다. 김 내정자는 앞으로 2년 7개월간 재계 12위의 KT그룹을 이끌게 된다. 김 내정자는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이 외압을 이기지 못하고 차례로 사퇴하며 길어진 비상경영체제를 끝내고 회사를 빠르게 정상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직 이달 말 임시 주주총회 찬·반 표결이 남았지만, 업계에서는 김 전 사장이 KT 내부 출신이 아니라 ‘그들만의 리그’라는 논란에서 빗겨있고, 다른 후보자보다 정보기술통신(ICT) 산업군에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그가 무난히 선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통’,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김 내정자는 KT의 변화와 혁신에 속도를 낼 모습이다.
KT 이사회는 이날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차기 대표 최종 후보 3인에 대한 면접을 거쳐 김 전 사장이 차기 대표로 내정됐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1959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LG에서의 경험이 많다. 럭키금성상사(옛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한 이래 LG 회장실 감사팀 부장, LG상사 미국법인 관리부장,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역임했다. IT 업계에 발을 들인 건 2003년 LG CNS와 연을 맺으면서부터다. LG CNS 경영관리부문 상무와 부사장을 맡으면서 재무최고책임자(CFO)로서 회사 살림을 챙겼다. 2008년에는 처음으로 사업부를 맡았다. LG CNS 하이테크 사업본부 본부장, 솔루션 사업본부장을 지내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김 전 사장은 2014년 LG유플러스로 옮겨 경영관리실을 총괄하다 1년 뒤 LG CNS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 빠른 업무 파악과 조기 경영 정상화 절실…ICT 전문성 살려 미래 비전 제시해야
김 내정자는 무엇보다 빠른 시일 내 내부 혼란을 수습하고 KT와 그룹 내 52개 자회사 업무를 파악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KT가 경영공백을 겪는 사이 통신업 대내외 상황은 좋지 않다. 유무선 통신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거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2월 15일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뒤 정부는 통신업계에 통신비 인하 압박에 나서고 있다.
KT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48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 줄었다. 점유율 또한 올해 6월 22%로 내려앉아 자칫하면 LG유플러스에 2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협감도 불거지고 있다. KT는 특히 CEO 공백으로 타사 대비 굵직한 투자가 지연됐다.
김 내정자는 KT의 새 수장으로서 유무선 통신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DX) 전문성, 변화·혁신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에 힘써야 한다. 특히 신규 이동통신 가입자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인구 감소까지 맞물리면서 차기 KT CEO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KT는 그동안 비통신 전략으로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KT’를 강조하며 AI(인공지능) 반도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전반을 아우르는 한국 ‘AI 풀스택’ 전략에 힘써왔다.
KT 이사회 또한 김 내정자가 미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는 점을 높게 봤다. 윤종수 KT 이사회 의장은 김 내정자에 대해 “기업경영 경험과 정보통신산업(ICT) 전문성을 바탕으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디지털전환(DX) 역량과 본질에 기반한 성장을 도모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경영 체계 정착 및 기업문화 개선 의지가 뛰어나 향후 KT 미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 LG맨에서 KT맨으로 리더십 증명해야… 방만경영 이미지 개선도
KT 차기 CEO 임기는 2026년 3월 말 정기주주총회까지로 2년 7개월이다. 정식 임기는 3년이지만, CEO 선임 과정이 장기화된 탓에 임기가 줄었다. 차기 CEO 선임 절차를 논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경영에 매진하는 기간은 이보다 짧아진다. 이 때문에 빠르게 KT 직원 2만3000여명은 물론 그룹사 직원 약 5만7000명까지 아울러야 한다.
김 내정자가 LG그룹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사회가 조직쇄신을 중요시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내부에서는 김 내정자가 LG그룹 내 주요 요직을 거친 것이 KT 직원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요소라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는 ‘LG맨’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KT맨’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 CEO 임기가 2년 7개월인데, 그 뒤에 LG로 가는 것 아니냐는 내부 논란을 잠재울 정도로 KT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두 차례 대표이사 선임이 좌절되면서 KT에 대한 부실경영, 황제경영, 방만경영 이미지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현재 검찰이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의결권 자문사인 류영제 대표는 “유사 업종에서 기업경영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적임자를 뽑은 것으로 본다”며 “KT가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미뤄졌을 텐데 신속하게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조직을 다잡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의 이익을 잘 지켜주면서도 기업 성장을 이끌어야한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이달 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선임안을 표결에 부친다. 주주총회 선임 요건은 ‘참석 주식의 60% 이상 + 찬성한 비율이 전체 주식의 25% 이상’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KT 1대 주주는 8.27%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공단. 현대자동차그룹(7.79%), 신한은행(5.57%) 등도 주요 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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