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혹시 찔리면 칼 빼지 말고 지혈부터"

정심교 기자 2023. 8. 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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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묻지마'의 습격, 공포에 질린 거리]

연이은 칼부림 사건에 칼부림을 예고한 글이 SNS상에 떠돌면서 불안감과 공포감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칼에 찔리면 가장 크게 손상당하는 부위가 혈관과 장기다. 칼부림 사고가 발생해선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칼에 찔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임용수 교수에게서 칼 맞은 부위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성남=뉴시스ㅣㄹ] 조성우 기자 = 경찰이 3일 오후 묻지마 흉기난동이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한 백화점에서 사건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피의자 A씨는 경차를 몰고 서현역 앞 인도로 돌진, 보행자 다수를 충격한 뒤 내려 역사 안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파악된 부상자는 차량 충격 4명에 흉기 피해 9명 등 13명이다. 2023.08.03.

수건·옷 사용해 상처·윗부분을 꾹 눌러야
칼에 찔렸을 때 119에 신고한 후 구급대원이 오기 전까지 가장 먼저 실시해야 할 처치는 단연 '지혈'이다. 출혈량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임용수 교수는 "시내에서 구급차가 일반적으로 10분 이내 도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건 현장에서 일반인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처치는 소독보다 지혈"이라고 강조했다. 10분 이내의 골든타임에선 소독보다는 지혈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소독 단계부터 모든 처치는 119 구급대원에게 맡긴다.

지혈할 때는 '압박'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피가 나는 자상 부위를 수건·거즈 등을 사용해 직접 압박한다. 그래도 지혈되지 않으면 수건이나 거즈를 5㎝ 폭으로 접어 자상 부위에서 조금 위 부위(상부)를 이차적으로 압박한다. 임 교수는 "피가 중력에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데, 심장에서 나온 피가 더 내려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팔꿈치 위쪽을 찔렸다면 그보다 더 위(어깨에 가까운)를 수건으로 감아 압박하는 방식이다. 수건이 없으면 옷을 이용해도 좋다. 이때 5㎝ 폭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보다 가늘면 그 부위만 압박해 지혈 효과가 떨어져서다. 따라서 끈·고무줄은 지혈용으로 피한다.

동맥이 찔린 경우 정맥보다 더 꽉 누르는 게 지혈에는 효과적이다. 심장에서 나가는 깨끗한 피가 든 혈관이 동맥이다. 동맥피가 손상당하면 정맥피보다 색이 맑은 피가 솟구치듯 분출하는 게 특징이다. 정맥피는 약간 검붉다. 하지만 일반인이 이 둘을 구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정맥 중에서도 굵은 정맥이 찔리면 동맥처럼 피가 솟구치기도 한다. 임 교수는 "정맥이든 동맥이든 수건이나 옷으로 꽉 묶어 누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뽑힌 칼 빼지 말고 튀어나온 장기도 놔둬야
자창 부위에 칼이 박혀 있는 경우 절대로 칼을 잡고 빼면 안 된다. 칼이 박히면서 혈관에 손상을 입혔더라도 박힌 칼이 추가 출혈을 막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영화처럼 칼을 빼는 건 절대 해선 안 된다"며 "칼이 박힌 사람이 병원에 실려와도 수술방에 들어가서 지혈한 후에야 칼을 뽑는다. 잘못 뽑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서다"라고 경고했다.

눈을 찔렸어도 칼을 뽑으면 안 된다. 박힌 칼은 더는 흔들리지 않게 수건으로 고정한 후 119구급대원을 기다려야 한다.

칼에 복부가 찔려 장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때 장을 밀어 넣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감염 위험 때문이다. 임 교수는 "수술방에서도 밖에 노출된 장을 철저히 소독한 후에야 다시 뱃속으로 집어넣는다"고 말했다.

단, 튀어나온 장이 마르면 괴사할 수 있다. 따라서 튀어나온 장의 표면이 마르지 않게 생리식염수에 적신 거즈를 덮어두는 게 가장 좋다. 만약 생리식염수나 거즈가 없다면 수돗물에 깨끗한 수건을 적시고 짜낸 후 수건을 덮어두는 게 차선이다.

(대전=뉴스1) 김기남 기자 = 4일 오전 대전 대덕구 한 고등학교에서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학교에 무단침입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에서 구급차량이 이동하고 있다.2023.8.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동맥 누를 땐 기도 막지 말아야
동맥의 굵기는 흉부·복부 대동맥(지름 약 3㎝) > 경동맥(1~2㎝) > 팔다리 동맥(1㎝ 이하) 순으로 굵다. 가장 굵은 흉부·복부 대동맥은 상반신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또 팔다리 동맥은 동맥 중에서도 비교적 가늘어, 지혈만 잘하면 치료 예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경동맥은 목 양옆에 있어 찔림 사고에 취약하다.
그런데다가 지혈할 때 너무 심하게 눌렀다간 호흡이 불가능해진다. 임 교수는 "경동맥은 칼에 찔리거나 베이면 출혈량이 커 불과 몇 분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치명적"이라고 언급했다. 경동맥이 찔리면 꾹 누르되 기도가 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도는 목 정중앙에 있다.
압박 부위, 심장보다 위에 위치하는 게 좋아
칼에 찔린 부위의 위쪽을 수건·옷 등으로 둘러서 묶는 지혈 작업을 마쳤다면 119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해당 부위를 심장보다 위쪽에 위치하는 게 안전하다. 출혈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동맥·머리 등 심장 위쪽을 다쳤다면 환자를 눕힌 채로 119를 기다리는 게 낫다. 임 교수는 "큰 혈관이 터졌을 때 자창 부위를 어디에 놓는지는 큰 의미 없다"며 "위급한 상황에선 지혈 부위를 심장보다 위쪽에 위치하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 지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를 30% 이상 잃으면 수혈해야 하며, 40% 이상 잃으면 의식을 잃는다. 만약 지혈하기 전, 심정지가 발생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임 교수는 "심폐소생술과 지혈, 둘 다 동시에 실시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심폐소생술부터 실시해 심장 기능부터 되돌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피를 많이 흘린 환자에게 물을 줘선 안 된다. 수술 8시간 전엔 금식이 원칙이다. 임 교수는 "응급수술의 경우 금식 시간을 따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위속 물이나 음식물이 수술 도중 기도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물을 포함해 금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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