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위, 보 해체 결정 때는 57차례 회의···뒤집을 때는 토의 2차례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4일 ‘금강과 영산강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을 취소했다. 지난달 20일 감사원이 과학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통보한 지 보름만이다. 환경부는 감사원의 통보를 받은 당일 ‘4대강 16개 보 전체 존치’를 선언했고 이튿날 국가물관리위에 금강·영산강 보 해체·개방 방안을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했다. 환경단체들은 국가물관리위의 ‘취소 결정’이 절차적 정당성이 없고, 향후 행정소송·감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물관리위는 이날 제9회 회의를 열어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취소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국가물관리위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의 부합 여부 등 물관리 관련 중요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최고 기구다.
앞서 국가물관리위는 2021년 1월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개방하고 금강 세종·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공주보는 공도교를 유지하고 수문만 해체하는 부분 해체)하는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의결했다. 당시 국가물관리위는 2019년 9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57회 논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번에 취소가 결정되기까지 토의는 2차례 열렸다.
배덕효 국가물관리위 위원장은 “5개 보에 대한 해체 또는 상시 개방이라는 결정을 그대로 둘 경우, 본 사항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포함돼 있어 정부가 보 해체 및 상시 개방을 계속 이행해야 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라며 “감사 결과가 합당한지 심도 있게 토의를 했다”라고 말했다.
국가물관리위의 취소결정이 나오자 환경부는 “금강·영산강 5개 보를 철거하지 않고 모두 존치하고, 최대한 활용해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물관리위는 보 처리 방안이 취소되면서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하기 위한 공청회를 이달 중 개최할 계획이다.
보 해체·개방 방안 취소는 예견된 일이었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전 정부 보 해체·개방 결정이 ‘국정과제로 설정된 시한에 맞춰 무리하게 추진됐다’라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감사 결과에는 보 해체·개방 결정 바탕이 되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단’ 내 기획·전문위원회 구성에 특정 시민단체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담겼다.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 행동’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 감사 결과는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할 근거가 없다”라며 “감사원이 제기하는 문제점 그 무엇도 지난 보 처리방안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을 만한 내용이 아닌데도, 트집 잡기로 한 정책을 스스로 번복하고 있어서 감사, 행정소송 대상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일 법무법인 동화 변호사는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와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법 체계상 단절된 별도의 기구”라며 “국가 물관리위원회의 내부적인 심사, 토론, 평가를 통해서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 별도 절차에 대해 전혀 평가하지 않고,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잘못을 근거로 종래의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이날 “향후 보에 관련한 계획은 환경부가 마련할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국가물관리위의 이날 보도자료에는 “정부는 앞으로 4대강 보를 보다 과학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취재진이 이 문구에 대해 ‘보를 존치하라’라고 명시한 것이냐고 묻자 배 위원장은 “보 해체도 활용일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활용’을 위해서는 “보가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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