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을 관통하는 인종주의 비극[책과 책 사이]
브랜던 홉슨의 <에코타 가족>(이윤정 옮김, 혜움이음)은 영적 세계와 신화에 관한 체로키 구전을 녹였다는 점에서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의 전통을 잇는다. 홉슨은 체로키족 후손이다. 이 소설은 차별과 인종주의를 다루며 지금 아메리카 원주민의 현실을 반영한다. 체로키족 연례국경일 행사 때 나온 총소리에 경찰이 무고한 원주민 소년 레이-레이 에코타를 “본능적으로” 쏜 것이다. ‘인종주의’로 빚어진 일이었다. 홉슨은 이 경찰 총격과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역사, 원주민 가족의 비극과 고통, 애도와 치유 이야기를 이어낸다. 이 소설은 2021년 ‘타임’지의 ‘꼭 읽어야 하는 100권의 소설’에 꼽혔다.
같은 시기 번역돼 나온 <정육점 주인들의 노래클럽>(정연희 옮김, 문학동네)은 미국 현대문학 대표 작가로 꼽히는 루이스 어드리크의 작품이다. 원주민 대학살 같은 이야기를 녹였지만, 미국 노스다코타주 평원에 정육점을 차린 제1차 세계대전 독일 저격수인 피델리스 이야기다. 그간 어머니 쪽 계보인 오지브웨족 등 원주민에 관한 이야기를 써온 어드리크가 독일계 아버지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쓴 소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마침 독일에 있던 피델리스의 쌍둥이 아들은 독일군으로, 미국에 살던 아들 둘은 미군으로 참전하면서 벌어진 비극의 가족사도 다룬다.
어드리크의 2021년 퓰리처상 수상작 <밤의 경비원>(이지예 옮김, 프시케의 숲)이 <에코타 가족>의 문제의식과 이어진다. 배경도 1953년 노스다코타주다. 아메리카 원주민 지원 중단을 담은 이른바 ‘종결’ 법안에 맞서 싸우는 치페와족 의장인 토머스의 이야기에 국가폭력, 소수 문화 위기, 인종차별 같은 주제를 이어낸다.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은 집합 개념이다. 부족마다 고유한 문화를 지녔기 때문이다. 여러 부족 출신 작가의 ‘지금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은 고유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바로 인종주의와 차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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