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에너지 매니지먼트
'메이저 퀸'이라는 별명을 가진 LPGA 프로골퍼 전인지 선수는 지난해, 3년8개월 만에 우승을 거둔 뒤 한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동안 골프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기나긴 슬럼프 기간을 보냈단다.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한 타 한 타에 집중했습니다. 우선 나를 믿고 과정을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플레이했습니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에너지 레벨을 유지해갔던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처럼 스스로 슬럼프나 번아웃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토니 슈워츠(Tony Schwartz)가 20년 전 설립한 '에너지 프로젝트'라는 회사는 그동안 이런 상황에 있는 직원들의 에너지를 관리하고, 회복탄력성(resilience)를 갖게끔 컨설팅을 해왔다.
구글, 코카콜라, MS 같은 글로벌 회사들이 이 회사와 일하며 생산성 및 성과 향상, 핵심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일을 이끄는 조직 리더를 칭하는 CEO(최고 에너지 책임자·Chief Energy Officer)란 말도 있다.
글로벌 회사가 비전과 목표 달성, 조직 관리를 하기에도 분주할 텐데 왜 이리 각자의 에너지 얘기를 꺼내는 걸까.
에너지 매니지먼트는 '일에 대한 수요와 강도는 계속 높아만 가는데, 각자의 에너지 용량은 그것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그러니 에너지를 그냥 소비하도록 내버려둘 게 아니라 어떻게 재생산해서 회복탄력성을 가지게 할지가 중요해진다. 개인과 조직의 승부도 여기에서 갈린다고 해석된다. 조직에서 '에너지 관리'라고 하면, 직원들이 자신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체계적으로 확장하고 재생하게 함으로써 시간과 노력을 더 잘 관리하며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겠다.
몇 해 전 회사에서 '에너지 매니지먼트' 캠페인을 벌일 때, 신체적·정서적·정신적·영적 에너지의 합산으로 자신의 에너지 수준을 측정했다. 의도적인 작은 변화만으로 개인의 성과, 행복도, 웰빙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과 요령도 전해줬다. 이때 나눈 대화들이 떠오른다. "내 육체 에너지가 그렇게 바닥일 줄 몰랐다" "책임감과 사명감만 앞섰지 정작 몸 상태는 번아웃 직전이었구나" "쉼표를 찍어줘야 더 긴 경기를 달릴 수 있는 것인데…" "내 마음을 돌보는 것엔 왜 그렇게 관심이 없었을까"… 모두가 격하게 공감하며 마음을 나눴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워라밸'(일과 개인 삶 간의 균형), 자율 출퇴근제, 복장 자율화와 같이 직원들의 근무 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직의 노력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다음 단계로, 일에 대한 에너지와 열정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한 기업의 TV CF에선 "자연은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에너지는 공평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나 나 자신의 에너지는 각자 노력한 만큼 주어지는 불공평한 것이니, 내 에너지 레벨이 떨어졌다면 내가 변할 때인 것이다. "모든 건 자기 자신에서부터 시작한다"는 토니 슈워츠의 말을 떠올려본다.
[황성혜 한국존슨앤드존슨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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