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본사 45일 만에 ‘조의’…조사 요구엔 “협의중” 답변만

8월2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광명점 앞에서 ‘혹서기 코스트코 카트노동자 사망 49재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 속에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 업무를 하다가 사망한 코스트코 노동자 김동호(30)씨와 관련해 코스트코 본사가 한 달 반 만에 ‘유가족에 조의를 표한다’는 답변을 보냈다. 유가족이 요구한 진상 조사와 향후 대책 마련 요구에 대한 답은 없었다.

4일 한겨레 취재 결과 리처드 창 코스트코 수석 부사장은 전날 김씨 유가족에 “김동호씨의 사망에 대해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냈다. 김씨가 사망한 지 45일 만이다. 김씨는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이른 6월19일,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카트 관리 업무를 하다가 숨졌다. 김씨의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였다.

유가족은 지난 7월2일부터 다섯 차례 코스트코 미국 본사쪽에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는 데 있어 코스트코 한국지사의 협조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유족이 본사에 보낸 메일에는 △본사 감사팀의 철저한 조사 △모든 코스트코 지점의 근무 조건 검토 △한국 코스트코 회장, 하남 지점장의 책임 파악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다섯 통의 메일을 보내고 한 달여만에 받은 코스트코 본사의 메시지는 원론적인 내용에 그쳤다. 리처드창 코스트코 수석 부사장은 메일에서 “당사는 한국 지사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보험 및 산재 보상 등에서 추가 문서가 필요하면 지속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CCTV 영상에서 다른 개인 사생활 보호 절차가 완료되면 CCTV 영상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친형 김동준(31)씨는 한겨레에 “CCTV는 우여곡절 끝에 이미 한국지사로부터 제공받기로 합의 된 부분인데 그 사실이 파악이 안된 듯 서류와 CCTV 이야기만 보내왔다”며 “근무 환경에 대한 조사와 추후 대책을 세워달라고 했는데 그런 내용들은 다 무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날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김씨 사망과 관련해 3차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현장조사 이후 공단이 작성한 재해조사보고서를 토대로 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판단할 예정이다. 유족은 현장조사가 사망 당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준씨는 “지난 2차 조사 때, 평소에는 틀지도 않던 냉방기를 틀고, 가장 더운 구역에도 선풍기를 틀어놨다더라”며 “사고 당시와 다르게 냉방이 되는 환경에서 재해 조사를 하면 그 조사의 신뢰성을 믿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