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2위 KT호 새 선장은 '재무통'…조직 정상화 과제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로 최종 낙점된 김영섭 LG CNS 전 대표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그는 이달 하순 임시 주주 총회에서 승인받아야 공식 임명되지만, KT가 오랜 진통 끝에 내놓은 '해법'인데다 사내외에서 그의 선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별 이변이 없다면 주총을 거쳐 KT호(號)의 새로운 선장에 취임할 전망이다.
1959년 4월 경북 문경 출생인 김 후보는 LG 전신인 럭키금성상사 회장실 감사팀장을 비롯해 총무과장, LG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재무개선팀 부장 및 상무를 맡으며 오랜 기간 재무 분야에 몸담아 왔다.
특히 2014년 LG유플러스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며 재무 분야를 총괄했다. 2015년엔 대표이사로 친정인 LG CNS에 복귀하는 등 모바일을 비롯한 ICT 업계 경영에도 전문성을 지녔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재무 전문가인 만큼 업무 효율화를 위해 조직 쇄신을 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LG CNS 대표로 선임된 이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불필요한 형식을 과감히 버리고 실질적인 일에 더욱 집중하는 문화를 만들자"며 실용주의 경영에 대한 철학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각 사업부 업무 보고를 받을 때 중요하고 급한 일을 핵심만 빠짐없이 보고하라고 주문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그는 대표로 재직하면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사 평가 방식 개선으로 LG CNS의 체질을 개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LG CNS의 실적 증가도 이뤄졌다.
다만 김 후보자가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재계 순위 12위의 KT라는 거대한 그룹의 경영 정상화 및 조직 안정화, 새로운 성장 전략 제시, 검찰 조사에 따른 인적 쇄신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김 후보자가 직면한 최우선 과제는 지난 9개월간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벌어진 혼란을 수습하고 흐트러진 조직을 다잡는 일이다.
대표이사 유고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KT는 박종욱 직무 대행 체제로 비상 경영에 돌입하기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상 유지를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그간 업계에서는 KT가 경영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 등 전사적인 사업에 대해 의사 결정을 적시에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이미 지난해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신규 사업 추진에 나서는 상황에서 KT는 경영진의 책임 있는 투자 결정이 나오기 어려워 홀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영 리스크 등으로 KT 주가는 한동안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김 후보자는 또 KT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성장 전략을 제시해야 할 임무를 지고 있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 상황을 분석해 KT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보여주고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특히 AI가 미래 산업의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초거대 AI '믿음'의 경쟁력 확보와 AI 사업 확장에 힘써야 한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일단 KT는 10월께 믿음을 출시할 계획이며, 로봇과 헬스케어, 교육 등으로 AI 사업을 확대해 2025년에는 관련 부문 매출 1조3천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물론, 본업이 통신인 만큼 통화 품질과 인터넷 속도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검찰이 전·현직 경영진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만큼 인적 쇄신도 김 후보자가 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관련해서 그는 지난해 말 완료됐어야 할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통상 12월 초·중순께 임원 인사를 단행했고, 이른 경우 11월에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의 혼란으로 아직 임원 인사를 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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