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햇볕에 진흙밭, 그래도 축제…잼버리 즐기는 아이들 [현장]

김용희 2023. 8. 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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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은 뜨거웠고 표정은 어두웠다.

4일 찾은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 내 델타구역에는 폭염 속에서도 행사를 즐기려는 청소년들이 모여들었다.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는 매일 정기적으로 언론인들에게 프레스투어를 지원하고 있다.

잼버리기념품샵과 세계스카우트샵에 특히 찾는 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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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악몽]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 내 델타구역 모습. 델타구역은 참가국 홍보관, 전시관·체험관 등으로 구성한 곳으로, 일반인들도 입장권을 구매하면 방문할 수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햇볕은 뜨거웠고 표정은 어두웠다.

4일 찾은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 내 델타구역에는 폭염 속에서도 행사를 즐기려는 청소년들이 모여들었다. 참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접근을 제한한 야영구역과 달리 각국 홍보관·전시관·체험관 등으로 구성한 델타구역은 입장권을 구매하면 일반인들도 조직위가 정한 기간(8월3∼5일, 7∼10일) 동안은 방문할 수 있다.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는 매일 정기적으로 언론인들에게 프레스투어를 지원하고 있다.

델타구역 안에선 특유의 갯벌 냄새가 났다. 잼버리 대회장은 과거 서해안 갯벌 중에서도 규모가 꽤 컸던 해창 갯벌이 있던 자리로, 조직위가 행사장 확보를 위해 모두 매립했다. 문제는 지난 폭우 때 고인 빗물이 아직 빠지지 않아 곳곳이 진흙탕이었다는 사실이다. 진창을 피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참가자들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조직위는 방문객들에게도 가급적 운동화나 등산화를 착용하라고 권했다. 우천시엔 장화를 추천한다고 했다.

참가국들이 홍보용 천막을 설치하고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했지만, 참가자들은 체험보다는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려는 용도로 공간을 이용하고 있었다. 조직위가 대표적인 폭염 저감 시설로 소개한 덩굴터널 내부에는 청소년 수십명이 앉거나 누워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히고 있었다. 터널 내부는 바깥보다 시원했지만 습도가 높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정 간격마다 설치된 개수대는 물을 마시거나 씻으려는 청소년들로 붐볐다.

4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 내 델타구역에서 기념품을 사려는 외국 청소년이 기념품샵에 입장하려고 줄을 서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조직위가 이날 추가 배치한 냉방 버스 안은 에어컨을 풀가동해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아무런 안내 문구도 붙어있지 않아 찾는 발길은 많지 않았다. 조직위가 급히 마련한 ‘온열환자 응급쉼터’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에 있는 잼버리병원에는 하루 100명 이상의 온열질환자가 찾고 있다. 프레스투어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구급차 1대가 급히 병원으로 진입했다. 델타구역 입구, 화장실 주변 등에는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개막 4일째인 이날 오전에야 청소 등 관리 인원을 기존 70명에서 542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4일 델타구역 덩굴터널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구호를 외치며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잼버리기념품샵과 세계스카우트샵에 특히 찾는 이가 많았다. 스카우트의 용맹함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의인화한 2023 잼버리 캐릭터 ‘새버미’ 인형은 개당 1만5천원의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꾸준히 팔리고 있었다.

한편, 세계잼버리는 1920년 영국에서 시작해 4년마다 열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의 합동 야영대회다. 올해는 전북 부안 새만금 간척지에서 1∼12일 열리며 158개국에서 온 14~17살 청소년 4만3000여명이 참가했다. ‘잼버리’(Jamboree)는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를 뜻하는 북미 인디언 말 ‘시바아리’에서 유래한 말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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