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교사를 대접하겠다는 마음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가 외면했던 학교 교육 현장을 근본에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그 아깝고 억울한 죽음의 실상이 정확히 밝혀져야 할 테다. 동료 교사들이 학부모 악성 민원이나 무고성 고발, 학생 폭언이나 다툼을 주요 원인으로 드는 것도 무척 슬픈 일이다. 아이들 문제로 한 번도 선생님께 사적인 연락을 안 해 본 사람으로서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긋난 교육을 바로잡고, 무너진 스승·제자 관계를 정립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어른 없는 사회'(민들레 펴냄)에서 일본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는 조용한 상식인의 관점에서 교육을 다시 보자고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교육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다.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시장의 원리가 근본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가령, 시험과 관계없는 과목을 공부하지 않거나 베끼고 커닝해서 시험을 잘봐봤자 학생이 얻을 수 있는 건 학력 제로 또는 학력 붕괴뿐이다. 스스로 바보가 되는 길을 걷기 위해 애쓴들 무교양의 인생이 훌륭해질 일은 드물다.
교사는 초인이나 성인이 아니다. 특별히 실력 있고 대단히 인품 좋은 사람일 필요가 없다. 학부모나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지, 일일이 깊게 따지면 어떤 학교 교육도 불가능하다. 심하게 말하면 교사를 그 그림자도 밟지 않을 특수 존재로 대접하겠다는 마음이 있는 사람만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 거의 모든 교사가 부적격한데, 부당하게 선생 노릇을 한다는 의심을 품은 사람은 솔직히 학부모 부적격자에 불과하다. 이것이 학부모 갑질의 원인이다.
우치다 다쓰루는 스승·제자 관계가 대등한 인간관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제자가 자신보다 낫다고 믿는 어른(스승)에게 전폭적 신뢰를 품고 통째로 자신을 맡기는 관계란 것이다. 이래야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사람됨, 즉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핵심적 지혜와 기술을 가르칠 수 있다. 배운다는 건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그 일의 진짜 가치를 아는 일에 속한다. 10년, 20년이 흐른 후에 문득 선생님 말씀을 떠올리면서 고마워하는 일은 얼마나 많은가. 당장 시험에 나오지 않는 천년의 지혜를 주고받는 학교여야 위대한 인간을 기를 수 있다. 교육이란 인간을 변화할 수 있다는 데 핵심 축을 둔 인간관계인 까닭이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다. 학교 교육은 가정 교육을 이기기 힘들다. 한 학기 수업만으로 여러 해 애지중지 양육한 습성을 이길 리 없지 않은가. 우리 금쪽이가 잘못되었다면 대부분 학교보다는 가정 탓이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건 언제나 지혜의 지름길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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