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울리면 휴대전화에 경보 ‘발령 이유’ 뜬다…‘핵 경보’도 추가
“오늘 6시 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우주발사체를 남쪽으로 쏘아 올렸을 때 서울 시민들에게 발송된 위급재난문자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휴대전화에 뜬 이 문자메시지는 ‘왜’ 대피해야 하며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가 적혀 있지 않아 시민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정부는 앞으로 국민들이 혼선을 겪지 않게 재난문자에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문안도 간결하게 압축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31일 백령지역 민방공 경계경보 발령 때 서울 지역에 경보가 발령돼 국민 혼란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민방위 경보 발령체계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고 4일 밝혔다.
새 재난문자는 국민이 민방위 상황을 쉽게 이해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먼저 재난문자에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군(軍)이 지방자치단체에 민방공 경보 발령을 요청하는 단계부터 경보 발령 사유를 포함하도록 명문화했다. 행정안전부는 재난문자에 경보종류와 지역, 시각 등 기존에 발송하던 정보 외에 사유와 대피 요령을 포함하고, 문안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개선했다.
또 적 공격유형이 최근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는 것에 맞춰 상황 별로 표준 문안을 마련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민방위 경보 중 민방공 경보의 종류에 ‘핵 경보’도 신설했다. 핵 경보는 적의 항공기·유도탄 또는 지상·해상전력에 의한 핵 공격이 임박하거나 공격이 진행 중일 때 발령한다. 경보시 1분간 사이렌이 울리며 ‘가까운 지하시설, 건물 내로 대피하고 방송을 청취하라’는 내용이 방송된다.
핵이 폭발하면 방사능이 퍼지고 폭풍과 낙진이 있어 화생방과 다르므로 핵 경보는 기존 화생방 경보와 별도로 구분했다. 핵 경보 행동요령에는 섬광 등의 공격 시작을 인지하면 2~3보 이상 움직이지 말고, 폭풍이 멈출 때까지 지면 접촉을 최소화한 엎드린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선된 문안에 따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경계경보가 발령될 때 ‘00:00분 북한이 OO방향으로 미사일 발사, OO지역 실제 경계 경보 발령, 낙하물 유의, 야외활동 자제 바랍니다.’라는 재난문자가 발송된다. 서울시가 지난 5월 31일 발송한 재난문자와 비교해 누가 어떤 행위를 했으며, 국민들이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 알려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민방위 상황이 발생하면 재난문자와 라디오·TV 방송 등 전달 가능한 모든 매체로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알릴 수 있도록 했다. 민방공 경보 상황에서 공습 사이렌 울림 시간은 3분에서 1분으로 줄이고, 음성방송으로 더 신속하게 상황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즉각 대피가 필요하지 않은 준비 단계 경계경보에는 사이렌 울림 없이 음성방송과 재난문자로 국민에게 상황을 알린다.
민방위 경보에는 민방공경보 외에 호우, 폭설, 태풍, 지진해일 등 중대한 재난이 발생하거나 예상될 때 발령하는 재난경보도 있다. 재난경보 시에는 사이렌 울림 대신 재난예경보시스템의 음성방송, 재난문자, TV자막, 전광판 등으로 경보를 전달한다. 신속하게 대피해야 하는 지진해일은 사이렌 울림으로 경보를 전하되, 민방공 상황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울림 시간은 기존 1분에서 12초로 줄였다.
민방위경보 발령 시 중앙-시도 경보통제소 간 혼란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경보상황을 전파할 수 있도록 직통전화(핫라인)를 전담할 상황요원을 배치한다. 중앙-시·도간 정기적인 영상회의를 실시한다. 경보통제소 상황요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훈련 횟수도 늘린다. 혼란이 없도록 경보 발령 지역과 이외 지역을 구분해 경보를 순차적으로 전달한다. ‘일제지령’ ‘경보단말’ 등 어려운 용어는 ‘동시 전파’ ‘사이렌 장비’로 변경해 상황 요원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3일 실시하는 공습경보 대비 민방위 훈련을 통해 평상시 대피소 위치를 확인하고 행동 요령을 익힐 수 있도록 국민께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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