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 대일외교·대통령 관저 `국조` 붙이더니… LH사태엔 선그은 민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최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LH 철근누락 사태 관련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국정조사보다는 비리가 있는 문제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고 국토교통부가 관련 부분을 책임지고 정부가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같은 날 민주당 정책위원회에서 철근이 누락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 가운데 13개 단지가 윤석열 정부 때 준공·공사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음에도 국정조사에 선을 그은 것이다.
민주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을 물타기 하려는 수법을 의심하며 국민의힘을 조준했고, 여기엔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서울-양평고속도로의 경우 어느 날 갑자기 누가 왜 변경했는지가 문제이고 국가적 사안을 어떤 프로세스를 가지고 했는지는 반드시 국정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최근 의혹을 제기하는 것마다 국정조사를 주장했고 실제로 법안도 제출했다. 지난 3월 '일제 강제동원 굴욕 해법 및 굴종적 한일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관저 관련 의혹 및 사적 채용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 등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민주당은 검찰 특활비 불법 의혹 등도 국정조사를 하자고 벼르고 있다. 유독 철근 누락 사건만 잠잠한 셈이다.
여기에는 당초 LH 논란이 인천 검단의 LH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건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LH 아파트 논란이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면서 15개 단지 중 13곳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실시공이 진행됐거나 '준공'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준공 일자'를 기준 삼아 문제를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윤 정부 출범 이후 준공 완료된 단지는 파주운정 등 7개 단지고, 입주를 앞두고 있는 단지는 양주회천 등 6개 단지라고 했다. 윤 정부 이전에 준공된 단지는 남양주 별내 등 2곳이기 때문에 준공을 허가한 윤석열 정부에 책임이 크다는 취지다.
하지만 아파트를 짓는 과정을 보면 지하주차장이 건물에 비해 비교적 일찍 시공되기 때문에, 국토부는 곧바로 자료를 내고 "LH 무량판 15개 단지 지하주차장의 부실 설계·시공은 현 정부 출범 전에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해당 자료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 준공된 5개 지구의 지하주차장 공사 시기가 월 단위로 적혀있다. 사실상 문재인 정권에서 거의 모든 단지의 지하주차장 공사가 이미 끝난 것이 '사실'인데, '준공 일'만 기준 삼아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시간이 곧 돈으로 환산되는 건설현장에서는 단지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아파트의 준공을 막으려면 그만한 근거가 필요하다. 만일 인천 지하주차장 붕괴사건이 없이 구체적인 근거나 사례가 빈약한 상태에서 준공을 막고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했다면, 이는 전 정부 때 한 일이면 모두 태클을 거는 '야당탄압'으로 비치기 쉽다. 민주당의 공세가 오히려 '전 정권에서 한 일에 꼬투리를 잡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식의 주장이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보면 민주당이 LH 사태에 대해 국정조사를 주장 하지 않은 것은 민주당의 전략으로는 올바른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LH 아파트 문제는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언급한 대로 '국민의 안전 문제'다. 정치에 그렇게까지 관심 없는 일반적인 국민 눈높이에서는 양평고속도로와 같은 권력자와 재산에 관련된 사안보다 훨씬 국정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민주당이 국민안전을 그토록 강조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민주당이 누구보다 먼저 국정조사와 철저한 후속대책을 주장했어야 하지 않을까. 불리해 보이는 현안엔 '절차에 따른 시스템 개선'을 강조하고, 그와 동시에 '우리 자체 조사상 지지율은 높다'며 이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행태를 보이면 곤란하지는 않을까. 박 원내대표는 4일 "지금은 철저하게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의뢰해야 한다면 국정조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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