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5분만 늦게 외식 나왔어도…” 서현동 피해자 남편의 눈물
혹시라도 아내가 잘못되면
그 곳에 꽃이라도 놓아달라”
“아내가 저녁 나가서 먹자고 해서 같이 나왔는데... 딱 5분만 늦게 나왔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을...”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벌어진 ‘서현동 흉기 난동’ 피의자가 몰던 차량에 치어 부상을 입은 이모(64)씨의 남편 A(64)씨는 사건 당시를 떠올리며 울먹였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일 늦은 오후, 서현역 AK플라자 근처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아내와 함께 외출을 하러 집을 나섰다. “함께 외식을 하자”는 아내의 제안에 따라 함께 외출을 나섰다가 집 근처에서 변을 당했다고 했다.
당시 부부는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던 중이었다. 씨는 차도와 가까운 바깥쪽에서, 아내 이씨는 인도 안쪽에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인도로 이미 넘어온 베이지색 모닝 차량이 뒤편에서 소리도 없이 빠른 속도로 달려와 아내를 들이받았다고 했다.
범인이 몰던 차량은 이씨를 들이받은 뒤 그대로 인도를 내달려 다른 행인들을 들이받았다. 놀란 A씨가 정신을 차렸을 땐 아내가 이미 의식을 잃은 채 쓰려져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쓰러진 아내에게 정신없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머리 등을 크게 다친 이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현재 생명이 위중한 상태다. A씨는 “어제보다 오늘, 오전보다 오후가 상태가 더 안 좋다”며 “혹시라도 이런 일 있으면 안 되겠지만 아내가 어떻게 되면 그 자리에 꽃이라도 놓아 달라”고 호소했다.
병원에서 늦게까지 아내 곁을 지키던 A씨는 “어제 병원에서 잘 곳이 마땅치 않아 집에 잠시 가느라 사고난 장소를 지나야 했다”며 “핏자국이 남은 보도블럭을 보고 혼자 우두커니 서있는데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고 했다. A씨는 “정말 ‘딱 5분만 집에서 늦게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머리속으로 계속 되뇌였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정말 왜 이러냐”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혹시라도 무슨 일 일어날까 무서워 등 뒤를 두리번거리며 걸어야 할 판인데 이래서야 되겠냐”며 울먹이기도 했다.
앞서 전날 오후 6시쯤 분당구 서현역에서 벌어진 최모(22)씨의 ‘묻지마 흉기 난동’과 이에 앞선 ‘고의 차량 돌진’으로 각각 9명, 5명 등 모두 14명이 다쳤고, 이중 이씨를 비롯한 2명은 위중한 상태다.
경찰은 최씨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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