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당, 안정시켰다"…'취임 100일' 박광온의 성적표는

오문영 기자 2023. 8. 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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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당선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4.28.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오는 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계파 갈등에 몸살을 앓던 당을 비교적 안정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가지 아쉬움을 꼭 들라면 원내 사령탑으로서의 결단력 정도가 꼽힌다. 내년 4월 총선이 가까워지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다시 본격화되면서 박 원내대표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누가 됐어도 박광온만큼 당 안정 못 시켰을 것"
박 원내대표는 지난 4월28일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과반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결선 없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다수 후보 구도에서 과반이 나온 것은 근래에 드문 결과다. 당시는 이재명 대표 방탄 논란에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지면서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던 상황이었다. 박 원내대표가 유일한 비명계(비이재명계) 후보였던 데다 '견고한 통합'을 내세워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내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의원들이 표심에서 보여줬던 기대감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4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누가 원내대표로 왔어도 박 원내대표만큼 당을 안정화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내대표 당선 직후 당 지도부의 반대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쇄신 의원총회(의총)'를 강행한 것이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 전원에게 설문을 돌려 민주당 내부에 팽배한 불만과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의총에서는 30명 넘는 의원이 단상에 올랐고, 회의는 오후 10시를 넘긴 시간까지 진행됐다.

민주당의 다른 한 의원도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의원들의 신뢰감이 높고, 의원들 의견을 듣는다는 믿음이 있다"며 "내부 갈등을 완전히 봉합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강도나 외부로 표출되는 횟수는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위기 극복이란 숙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르면 8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해 영장이 청구되면 계파 갈등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3.5.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리잡은 정책 토론…"여야 협치는 과제"
박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대안 야당으로 인정받기 위한 정책 발굴에 앞장섰다.

특히 정책 의총을 제안해 의원들 간의 정책 토론을 정례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단순 정책 제안이 아니라 민주당 정책이나 비전이 도출해내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실현해냈다는 평가다. 한 당직자는 "매번 의총에서 '의원님 여러분의 토론을 듣는 시간으로 하겠습니다'라는 말은 이제 어색하지 않은 표현이 됐다"고 했다.

외부 의견 수렴에도 열심이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본인을 단장으로 하는 민생채움단을 구성하고 민생 현장들을 거의 매일 찾고 있다. 또 대기업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 도약을 강조한다거나, 스타트업 규제 혁신을 강조하며 신구산업상생혁신 TF(태스크포스)를 설립하는 등 당 정책의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여야 대치 정국 속에서 협치도 꾸준히 꾀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공통 대선 공약을 정리해 제안했고, 최근에는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하자 수해복구 여·야·정 TF를 구성할 것을 제안해 관철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결국에는 여야 협치 정국으로 어떻게 가느냐가 원내대표의 과제"라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접견실에서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식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3.7.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결단력 부족" 아쉬움도
단 한 가지 아쉬움을 꼽으라면 원내 수장으로서의 결단력이다. 본인이 구상한 방향과 반대되는 의견이 표출되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 등에서는 재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의원들을 설득하는 모습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 전직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같은 당이라고 해도 의원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라 모두의 요구를 충족하기는 어렵다"며 "여론의 관심이 크거나 원내지도부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면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의원들 동의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상임위원장 인선을 논의했던 지난 6월30일 의총과 박 원내대표가 김은경 혁신위원회에서 요구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용하자고 제안했던 지난달 13일 의총을 예로 들었다. 그는 "원내대표 본인이 구상한 방안이 있었음에도 일부 의원의 반대에 물러난 것"이라며 "결정 시기가 늦어지면서 외부 비판만 키운 셈"이라고 했다.

이어 "의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하려는 자세는 좋지만,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자세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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