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사라졌다"…中공산당 '베이다이허 비밀회의' 시작된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뉴스1

중국공산당의 여름 휴가철 비공개회의 '베이다이허 회의'가 이미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공산당 전·현직 지도자들이 여름 휴가철에 허베이성 휴양지 베이다이허에 비밀리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이자 공산당 내 권력 투쟁의 장이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다이허가 있는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의 경비가 강화되고,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공개 활동이 중단됐다며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의 (베이다이허) 여름 휴가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친황다오시 정부 공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8월 말까지 관내 모든 민간 무인기 비행이 금지됐다.

SCMP는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전날 베이다이허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사를 대독했다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를 언급하며 "이는 중국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최근 며칠간 공개 석상에서 사라진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작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중국중앙(CC)TV는 최근 중국 최고지도부의 지시사항이나 외국 지도자들과 전화 회담 소식 등을 계속해서 전하고 있지만 이들의 행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 인민해방군 창건 기념일(건군절, 8월 1일)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상장(대장) 진급식에 참석한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2007년 8월 11일 중국 헤베이성 베이다이허 리조트의 정부 관리 전용 해변에 중국 군인이 주변을 살피고 있다. /로이터=뉴스1

SCMP는 "시 주석이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통상 10일 정도 지속되는 연례 여름휴가를 시작했다는 신호"라며 "(지도부) 대부분은 베이징의 무더위를 피해 해안 휴양지 베이다이허 해변으로 휴가를 떠난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매일 진행하던 기자회견을 2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마오쩌둥 초대 주석이 1950년대 관리들을 위한 '여름 집무실'을 베이다이허에 설치한 이후부터 이어진 중국공산당의 전통으로, 중국 지도자들은 매월 8월 이 집무실에 모여 국정 방침과 인사 문제 등을 조율한다. 다만 회의 개최 여부와 더불어 일정, 내용 등은 공개되지 않아 매년 여름 휴가철만 되면 베이다이허 회의 관련해 여러 추측성 기사가 쏟아진다.

올해 회의에서는 최근 낙마한 친강 전 외교부장의 거취 문제, 미·중 갈등 관련 대미(對美) 전략, 대만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시 주석의 '1인 권력 체제' 강화로 베이다이허 회의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지난 2020년 SCMP 인터뷰에서 "베이다이허 회의는 (주요 현안 논의가 아닌) 지도부의 전형적인 여름휴가에 더 가깝다"며 "지도자들은 그저 휴식을 취하러 (베이다이허에) 온다"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