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횡령 사고 562억 전액 환수 가능할까...과거 사례 살펴보니
4월 대기발령 후 자산 일부 처분했을 수도
회사가 횡령 사실 인지한 건 7월
은행서 5년간 횡령사고 871억…회수율 고작 7%
경남은행의 직원 A(50)씨가 7년 동안 5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횡령을 저지른 가운데 이 중 얼마가 환수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남은행은 A씨와 가족 명의의 예금, 부동산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이 자산에 대한 가압류 조치를 신청한 상태다. 가압류는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잠정적으로 묶어두는 조치다. 통상 법원은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일단 채무자의 재산을 묶어둘 필요가 인정되면 가압류를 승인한다.
문제는 A씨가 보유 재산 일부를 처분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씨는 사측이 횡령 사실을 파악하기 세 달 전인 4월 대기발령 조치됐다. 예금보험공사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이 사측에 A씨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 조회를 요구하자, 경남은행은 수상함을 감지하고 인사 명령을 내린 것이다. A씨의 횡령 정황이 발견된 것은 7월18일. A씨는 이틀 뒤인 20일부터 무단결근 중이며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일각에서는 A씨가 지난 3개월간 자산 매각 및 명의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한 뒤 잠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지난달 말 A씨와 그의 가족 등 관련인이 보유한 예금,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A씨와 가족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현재도 A씨 일가가 보유한 자산이 발견되는 즉시 가압류 신청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경남은행은 1차 채권보전조치를 취한 자산 규모를 공개하고 있지 않으나, 1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년여 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해 온 A씨는 부실화된 PF 대출(169억원)에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자신의 가족 등 제3자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9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21년 7월과 2022년 7월에 PF 시행사의 자금 인출 요청서 등을 위조해 회삿돈을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 계좌로 이체, 326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A씨가 일부 재산을 이미 처분했을 가능성도 커 환수 금액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A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소재를 추적 중이다. A씨는 지난 7월 18일 사측이 횡령 정황을 인지한 이후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A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다.
실제로 앞서 은행권에서 벌어진 횡령 사건 대부분이 피해를 본 금액 전액을 환수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이 10년 동안 700억원대를 횡령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작년 말 기준 회수금액은 5억원으로 회수율은 0.7%에 불과하다. 검찰이 법원에 추징 보전을 청구한 상태기 때문이다. 추징보전은 피의자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재판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처분하지 못하도록 막는 조처다.
지난 5년간 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에 따른 피해 규모는 800억원대로 이 중 환수된 금액은 7%뿐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은행권(지방은행 제외)에서 벌어진 횡령 사고는 총 83건으로 사고 금액은 총 871억원이다. 이중 환수된 금액은 61억원가량이다.
환수율이 50% 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 2013년 KB국민은행 직원이 국민주택채권 약 90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국민은행은 재산 가압류 조치를 통해 50억원가량을 회수했다. 2015년 우리은행 직원이 2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한 사고의 경우 11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 하나은행에서 발생한 30억원대의 횡령 사고는 전액 회수에 성공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횡령 사고는 빨리 회사가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빨리 가압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마저도 환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은행의 빠른 사후 조치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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