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반바지 금지' 규정은 타당한가?
성문규 기자 2023. 8. 4. 16:42
LIV, 경기 중 반바지 허용
PGA·디오픈, 연습 라운드 중 반바지 허용
한여름 국내 골프장 실정은?
"이건 공식 발표입니다. 내일부터 반바지를 입어도 됩니다."
한여름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요? '아니, 배 고프면 밥을 먹고,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하듯 더울 때 반바지를 입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너무나 당연한 말을 공식적으로 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지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의 수장 그렉 노먼이 지난해 9월 트위터(현 '엑스')를 통해 한 말입니다. 더 정확히는 '투어 선수들이 경기 중에' 반바지 입는 걸 허용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전 세계 골프 기자들이 이 말을 받아서 기사를 썼고 프로 골퍼나 주말 골퍼 할 것 없이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죠.
당시 업계에서는 자유로움과 탈전통을 표방하는 LIV가 PGA(미국프로골프)와 차별화를 노린 조치라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자유의 상징인 미국과 각종 인권 문제의 단골손님인 사우디를 생각하면 '반바지' 이슈는 아이러니죠.) PGA는 아직까지도 경기 중에 반바지 착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4년 전 변화의 조짐이 있었는데, 2019년 2월, PGA는 선수들이 연습 라운드를 할 때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무릎 길이의 단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말이죠.
그리고 바로 두 달 뒤, 세계 골프의 자존심 '디오픈'이 150년 넘게 지켜 온 반바지 금지 원칙을 내려놓았습니다. 역시 연습 라운드로 한정하긴 했지만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에서, 그것도 한여름에도 큰 더위가 없는 영국에서조차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앞으로 다가올 큰 변화의 예고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옛 유러피언투어인 DP월드투어는 2016년부터 연습 라운드 때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고, PGA 투어 캐디들은 앞서 1999년에 경기 중 반바지를 입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선수들은 라운드 중 반바지 착용에 어떤 입장일까요? 타이거우즈는 2018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 한 적이 있습니다.
"난 반바지 입는 게 좋습니다. 선수들은 지구에서 가장 더운 날씨에 플레이를 하죠. 우린 보통 태양과 함께 걷는데, 많은 경기가 한여름에 치러집니다."
우즈에 이어 PGA 영향력 2인자인 로리 매킬로이는 반바지 착용에 조금 더 적극적입니다.
"반바지를 입으면 상당히 편하죠. 프로 골퍼들이 종아리를 내놓는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국내로 한번 눈을 돌려볼까요? 해가 갈수록 반바지 라운드가 가능한 골프장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골프 부킹 플랫폼 XGOLF에 따르면, '반바지 캠페인'에 참여하는 골프장이 2014년 10여 곳에서 올해는 260여 곳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한여름에도 반바지를 입을 수 없는 골프장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골프장들은 대부분 '단정하고 매너 있는 복장'을 이유로 내세우는데, PGA 선수들도 연습 라운드에서 반바지를 입을 수 있는 마당에 '주말골퍼'에게까지 한여름 긴바지를 고집하는 건 쉽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기간 반바지를 입고 골프를 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습니다. 탈권위적인 모습이 보는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죠. 반면 골프장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반바지를 입고 라운딩을 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스코어를 속이고 카트를 몰고 그린 위까지 올라가는 등의 잘못된 매너로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렸습니다.
골프에 대한 권위는 절대 복장이나 복장에 대한 규정에서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PGA·디오픈, 연습 라운드 중 반바지 허용
한여름 국내 골프장 실정은?
"이건 공식 발표입니다. 내일부터 반바지를 입어도 됩니다."
한여름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요? '아니, 배 고프면 밥을 먹고,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하듯 더울 때 반바지를 입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너무나 당연한 말을 공식적으로 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지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의 수장 그렉 노먼이 지난해 9월 트위터(현 '엑스')를 통해 한 말입니다. 더 정확히는 '투어 선수들이 경기 중에' 반바지 입는 걸 허용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전 세계 골프 기자들이 이 말을 받아서 기사를 썼고 프로 골퍼나 주말 골퍼 할 것 없이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죠.
당시 업계에서는 자유로움과 탈전통을 표방하는 LIV가 PGA(미국프로골프)와 차별화를 노린 조치라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자유의 상징인 미국과 각종 인권 문제의 단골손님인 사우디를 생각하면 '반바지' 이슈는 아이러니죠.) PGA는 아직까지도 경기 중에 반바지 착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4년 전 변화의 조짐이 있었는데, 2019년 2월, PGA는 선수들이 연습 라운드를 할 때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무릎 길이의 단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말이죠.
그리고 바로 두 달 뒤, 세계 골프의 자존심 '디오픈'이 150년 넘게 지켜 온 반바지 금지 원칙을 내려놓았습니다. 역시 연습 라운드로 한정하긴 했지만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에서, 그것도 한여름에도 큰 더위가 없는 영국에서조차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앞으로 다가올 큰 변화의 예고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옛 유러피언투어인 DP월드투어는 2016년부터 연습 라운드 때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고, PGA 투어 캐디들은 앞서 1999년에 경기 중 반바지를 입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선수들은 라운드 중 반바지 착용에 어떤 입장일까요? 타이거우즈는 2018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 한 적이 있습니다.
"난 반바지 입는 게 좋습니다. 선수들은 지구에서 가장 더운 날씨에 플레이를 하죠. 우린 보통 태양과 함께 걷는데, 많은 경기가 한여름에 치러집니다."
우즈에 이어 PGA 영향력 2인자인 로리 매킬로이는 반바지 착용에 조금 더 적극적입니다.
"반바지를 입으면 상당히 편하죠. 프로 골퍼들이 종아리를 내놓는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국내로 한번 눈을 돌려볼까요? 해가 갈수록 반바지 라운드가 가능한 골프장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골프 부킹 플랫폼 XGOLF에 따르면, '반바지 캠페인'에 참여하는 골프장이 2014년 10여 곳에서 올해는 260여 곳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한여름에도 반바지를 입을 수 없는 골프장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골프장들은 대부분 '단정하고 매너 있는 복장'을 이유로 내세우는데, PGA 선수들도 연습 라운드에서 반바지를 입을 수 있는 마당에 '주말골퍼'에게까지 한여름 긴바지를 고집하는 건 쉽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기간 반바지를 입고 골프를 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습니다. 탈권위적인 모습이 보는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죠. 반면 골프장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반바지를 입고 라운딩을 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스코어를 속이고 카트를 몰고 그린 위까지 올라가는 등의 잘못된 매너로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렸습니다.
골프에 대한 권위는 절대 복장이나 복장에 대한 규정에서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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