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빠진 아파트] 지자체들도 ‘철근 누락 아파트’ 전수조사… ‘무량판 포비아’ 확산 조짐

채민석 기자 2023. 8. 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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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대구·광주 등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 안전점검
전국적으로 전수조사 확대… 철근 누락 아파트 더 나올 가능성
”무량판 구조, 안전하고 장점 많아… 배근 관련 교육 철저히 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15곳에서 철근이 누락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전국 17개 시도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들도 전수조사에 나서고 있다. 다만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공공주택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체에 대한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4일 조선비즈가 각 지자체에 문의한 결과, 현재 전국 17개 시도 중 전수조사나 안전점검에 착수한 곳은 9곳이다.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광역시, 세종, 전남, 경북, 경남 등은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경기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발주한 아파트 7곳에 대해 점검에 나섰다. 나머지 지역들도 현재 안전점검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손민균

지자체 중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95개)다. 서울(54개), 부산(48개), 인천(34개), 대구(14개), 경남(13개), 울산(10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세종과 제주는 각각 1개로 가장 적었으며, 세종은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몇몇 기초자치단체는 LH나 광역자치단체에 안전점검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운정3지구 A34BL과 A23BL의 전단보강근이 누락됐다는 전수조사 결과가 나온 파주시는 지난 2일 LH파주사업단장에게 합동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경북 경주와 경산, 구미시는 이른 시일 내로 경상북도와 함께 정밀검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지난 2017년 이후 준공된 공공주택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모든 아파트는 준공 이후 4년 이내에 정밀안전점검을 받게 돼있기 때문이다. 다만 광주나 세종 등 일부 지자체들은 2013년 이후에 준공된 아파트로 범위를 확대해 점검을 하고 있다.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는 지난 4월 29일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며 시작됐다. 이후 지난달 30일 LH가 철근 누락 사태 발표하는 등 약 3개월 동안 철근 누락 아파트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돼 왔지만, 현 시점에서 지자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안전점검에 나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수조사 지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수조사를 주문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무량판 공법’ 지하주차장을 지목해 전수조사와 안전 보강 조치를 진행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돼 있다. /뉴스1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가 전국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현재 망설이고 있는 지자체들도 전수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철근이 누락된 공공주택 등 건축물들이 전국적으로 다수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져,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의 도면을 요구하는 입주민들이 발생하는 등 국민의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량판 구조 자체가 위험한 공법이 아니기 때문에 무분별한 ‘무량판 포비아’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평판 구조물)를 지지하는 만큼, 비교적 시공 속도가 빠르고 공간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기둥에 주철근과 함께 전단보강근이 들어간다면 안전상에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시공·설계사의 오류로 인해 무량판 공법이 ‘위험하다’는 오해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2017년부터 무량판 구조가 지하주차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현장 근로자들이 무량판 구조 시공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철근을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량판 구조는 전단보강근을 배근한다면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고, 층간소음과 공간 확보에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공사의 건설관리 책임자가 철근을 배근하는 근로자들에게 구조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소통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설계사, 시공사, 감리사가 전단보강근 배근 등을 크로스체크 할 수 있는 건설현장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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