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이정림 감독 “귀신보다 날씨가 더 무서워..김태리=열정, 오정세=고요해” [인터뷰②]
[OSEN=김채연 기자] ‘악귀’ 이정림 감독이 귀신보다 날씨가 더 공포스러웠다고 밝혔다.
4일 SBS 금토드라마 ‘악귀’의 김은희 작가와 이정림 감독은 OSEN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날 이정림 감독은 ‘악귀’ 종영 소감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많았겠지만 작가님, 배우들 그리고 훌륭한 스태프를 믿고 촬영에 임했다. 시청자들이 추리하는 내용들도 흥미롭게 봤고, 지인들로부터 연락도 많이 받았다. ‘진짜 비밀로 할 테니 나한테만 몰래 말해줘’라는 문자만 여러 개 받았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악귀’를 연출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 이 감독은 “모든 드라마가 그렇겠지만, 악귀 역시 주인공 구산영, 염해상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고 따라가지 못하면 끝까지 쫓아갈 수 없는 작품이었다”며 “촬영 전부터 작가님과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시청자가 둘을 응원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인물들의 첫 등장이나 공간 구현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또 악귀를 비롯한 귀신들, 상황을 묘사할 때 지나치게 화려한 VFX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익숙하면서도 무섭고 기묘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악귀’에는 김태리부터 오정세, 홍경, 김원해, 김해숙, 진선규 등 연기력으로 빠지지 않는 스타들이 출연했다. 함께 작업한 소감을 묻자 이 감독은 “김태리, 오정세, 홍경 배우와는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다. 셋 다 질문이 엄청났다. 촬영 막바지쯤 배우들에게 고백했는데 주연들이 내 꿈에서까지 나타나 질문을 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거기서 또 다른 생각들이 파생되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막막했던 순간들이 해결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이정림 감독은 “김태리 배우는 열정적으로 현장을 이끌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네’ 한마디도 수십 번 뱉어 보며 좀 더 좋은 것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배우고 그 결과물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내 것만 보는 게 아니라 숲 전체를 보고 있는 배우라 함께 작업하며 많이 의지하고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정세 배우는 고요하지만 단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다. 고독, 외로움, 외골수 등 염해상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다 소화하고 표현해줬다”며 “홍경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성숙하고 진중하며, 태도만으로도 본받을 점이 많다. 극 중 서문춘 형사가 죽은 뒤 시청자들이 더 슬퍼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이 홍경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또한 이정림 감독은 “김원해 배우는 현장에서 등불 같은 존재로 후배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김해숙 배우는 화면 속에선 정말 무서워 보이지만 컷, 하면 호호 하고 웃는 소녀 같은 배우로 스태프들이 존경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배우였다”며 “진선규 배우는 좀 과장해서 첫 만남에 이미 알고 있던 옆집 형님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부드럽고 우아한 말투로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사람이다. 제 나이보다 12살이나 많은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엄마처럼 늘 보듬어 주시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해해 주신 박지영 선배님께도 감사드린다”고 모든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악귀’를 촬영하면서 겪은 무서운 일화도 있을까? 이 감독은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면, 현장에선 귀신보다 무서운 게 날씨였다”고 답했다. 그는 “비는 기본이고 너무 추워서, 서울 한복판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껴서, 해남까지 내려가 중요한 씬 세팅을 다 마쳤는데 눈이 하염없이 내려서.. 등등 스스로 내가 날씨 요정인가? 의심할 정도로 날씨 운이 따르지 않았다. 매일 날씨와 하늘을 보는 게 공포였다”고 답했다.
특히 이정림 감독은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특별한 기교를 부리기 보다는 정공법을 택했고 음악과 카메라 앵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언질을 주기도 했다.
끝으로 배우들의 연기에 가장 감탄했던 장면을 묻자 “2부 이삿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난 뒤의 산영 시퀀스다. 산책로에서 인형을 망가뜨리고 지하도로 이어지는 장면을 오래 고민하고 찍었던 것 같다. 허밍하며 뒷짐을 지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모습은 11부 향이 첫 등장과 이어진다. 지하도의 커다란 거울 속 악귀의 세상은 어둡다. 지옥에서 사는 것과 다름 없는 향이의 공간을 VFX팀에서 잘 만들어 주셨고 장소 섭외에도 어려움이 있었으나 로케이션팀이 결국 해결해주어 원하는 공간에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며 “뒤이어 석란(예수정 분)이 문을 열면 악귀 산영이 서있다. 길게 이어지는 이 시퀀스에 우리 드라마 핵심 키워드가 다 들어있다. 거울, 그림자, 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정림 감독이 연출한 SBS ‘악귀’는 지난달 29일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 11.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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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드라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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