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통 후 동해안 덮칠까? 태풍 ‘카눈’ 한반도 상륙 변수는

실시간 기상 정보 사이트 윈디가 예측한 5일부터 11일까지의 태풍 '카눈' 이동 경로. /윈디닷컴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이 일본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로서는 이후 태풍이 세력을 유지한 채 동해로 향할지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 남부지역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4일 오전 서귀포 예래동 앞바다에 제6호 태풍 '카눈' 영향으로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뉴시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카눈은 일본 오키나와 서북서쪽 약 290㎞ 부근 해상을 시속 10㎞의 속도로 지나고 있다. 중심기압은 970hPa(헥토파스칼)이며 최대 풍속은 시속 126㎞다. 현재 위력은 ‘강’ 수준으로 이는 기차가 탈선할 수 있는 정도의 세기다.

카눈은 이튿날까지 정체기를 거치며 ‘숨 고르기’를 한 뒤 동진과 북동진을 거듭하면서 일본 규슈 지방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때도 위력이 약화하지 않아 강도 ‘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일 오후 3시쯤에는 일본 가고시마 북동쪽 약 160㎞ 부근 육상에 위치할 전망이다.

일본 오키나와를 강타한 태풍 '카눈'으로 나무가 뿌리째 뽑혀 누워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내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그다음이다. 일본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 동해로 향할지, 일본 열도를 따라 도쿄 방면으로 향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카눈이 세력을 유지한 채 동해까지 북상한다면 우리나라도 거센 비바람을 직접적으로 맞을 수 있다.

앞서 기상청 측은 전날 정례 예보 브리핑에서 “태풍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 일본 쪽으로 좀 더 치우칠 가능성이 있지만, 느려진다면 우리나라 쪽으로 가까워질 가능성도 있다”며 “태풍의 북상 이동 경로에서 동서 간 편차가 500㎞가 넘기 때문에 경로를 예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해양대기청(NOAA) 수치예보모델(GFS) 등은 카눈이 규슈를 지난 뒤 한반도에 상륙하는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실시간 기상 정보 사이트 ‘윈디닷컴’을 보면 수요일인 9일 오후부터 이튿날인 10일까지 태풍이 경상·강원 앞바다를 따라 이동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4일 제주 바다는 벌써 태풍 영향으로 너울이 유입돼 높은 물결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카눈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는 시점이다. 바로 그때가 곧 카눈의 북진 시점이라서다. 현재는 우리나라를 점거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카눈의 북진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오는 6일과 7일 사이 카눈이 규슈로 진출한 이후 기압계 상황 등을 취합한 후에야 경로 확실성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일본 오키나와의 한 전봇대에 강풍에 휩쓸린 오토바이가 매달려 있고(사진 왼쪽), 불어난 물에 경찰차가 잠겨 경찰이 가까스로 차 위에 올라가 대피해있다. /X(옛 트위터)

한편 카눈은 앞서 지난 1일부터 오키나와를 휩쓸며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 현지 언론과 여러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된 영상에는 강한 바람에 오토바이가 전봇대에 매달려 있거나, 신호등이 부러질 듯 위태롭게 흔들리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