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악몽의 일주일', 세계 1위 뺏기고 무더위+담 증세 기권까지... '오랜 만에 한국 찾았건만' [KLPGA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고진영은 4일 제주시 블랙스톤 제주(파72·662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 원) 2라운드 도중 왼쪽 어깨 담 증세로 기권했다.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전날 무더운 날씨 속 "홀이 약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만큼 힘겨워 했던 그는 3오버파 75타로 1라운드를 공동 48위(3오버파 75타)로 마쳤고 이날은 이어진 더위에 담 증세까지 겹쳐 더는 경기를 풀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고진영이 국내 대회에 나선 건 KLPGA가 로컬 파트너로 참여했던 2021년 10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당시 고진영은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임희정(23·두산건설)을 연장 끝에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하반기 손목 부상으로 주춤했던 고진영은 올 시즌 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세계 1위로 등극했다.
그럼에도 지난 5월 파운더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US여자오픈에선 컷 탈락하는 등 최근 5차례 대회에서 톱10에 진입하지 못했다. 지난주까지 프랑스에서 열린 LPGA투어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을 마치고 귀국한 고진영은 첫날 경기를 치른 뒤 취재진과 만났다.
최근 세계 1위를 넬리 코다(미국)에 내줬으나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고진영은 "세계랭킹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샷을 해야 한다는 것이 선수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마인드 세팅이고 목표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1위가 된다면 좋겠지만 (2위가 된 것이) 더 나은 경기력과 보완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목표를 생기게 해 앞으로 골프 인생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미국과 프랑스, 한국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 최근 이어지고 있는 찌는 듯한 폭염 앞에 무너졌고 갑작스런 담 증세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날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고진영은 초반 버디로 타수를 줄이며 기분 좋게 시작했으나 15번 홀을 마친 뒤 어지럼증과 함께 어깨 담 증세를 호소했고 16번 홀을 마친 뒤 기권을 결정했다.
너무 무리하게 달려온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전날 고진영은 최근 부침에 대한 이야기에 "내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하시는 얘기"라면서도 스스로도 "그런 얘기에 크게 신경을 쓰진 않지만 생각해보면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불러온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진 말도 이번 상황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고진영은 20대 때와 몸 상태가 다르게 느껴지냐는 질문에 "LPGA에 다른 선수들은 5~6명이 달라붙어 케어를 해주지만 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무관심했다. 케어를 받지 않고 성적을 잘 내다보니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30대를 앞두고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며 "자고 일어나면 베개 자국도 금방 안 없어지고 이전과 다르게 아침에 웜업을 덜 하면 스윙이 짧아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고진영 걱정은 사치'다. 스스로 그 원인과 해결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고진영은 "대운이 들어올 때는 무엇을 해도 다 잘 풀리는데 지금은 작은 것 하나에 조금씩 흐름이 틀어진다고 느껴진다"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이 시기가 지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번의 전성기가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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