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요구 일축한 혁신위···이 대표 지지층이 요구하는 대의원제 폐지·공천룰 개정 나설듯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4일 당내에서 제기되는 혁신위 해체론에 대해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혁신을 마무리하고 떠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혁신위 해체 요구에 대해 “혁신안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분들이 계신 게 아닌가”라고 역공했다.
김남희 혁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안이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다. 거의 발표만 남고 마무리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차피 조금 있으면 (혁신안을) 발표하고 문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이 시점에서 자꾸 ‘문 닫아라, 해체하라’라고 얘기를 하시는지… 사실 저희 혁신안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분들이 계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좀 든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안이) 기득권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당에서는 저희를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며 “(혁신위가) 의원님들의 신임을 받아야 되는 건 아니다. 저희의 권위는 의원님들이 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혁신위는 최근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 등 각종 설화에 휩싸이며 당 안팎에서 “혁신의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단체 메신저 대화방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퇴 요구가 나왔고, 혁신위 해체 요구도 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전날 “혁신 의지는 그대로 간다”는 말로 사퇴를 일축한 데 이어, 김 위원도 위원장 사퇴 요구 등을 오히려 ‘기득권의 저항’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혁신위를 두둔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는 혁신안을 갖고 평가를 받아야지 설화를 갖고 평가하기는 좀 이르다. 8월 말, 9월 초로 예상되는 혁신안에 대해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된다”며 사퇴론에 대해서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잘못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걸 구실로 당과 혁신위를 흔드는 분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가 당에 걱정거리를 끼치고 국민들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이 황당하다”며 “문제를 자초한 발언들이 여러 번 나왔지 않나. ‘군기반장을 하라고 그랬더니 완장 혁신을 한다’는 비판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의 향후 활동 방향을 두고도 친명, 비명 간 입장은 엇갈렸다. 친명계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요구하고 있는 대의원제 폐지 및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총선 공천규칙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김남희 위원은 “당에 문제를 제기하시는 분 중 가장 큰 덩어리가 ‘당원들이 참여할 기회가 없다. 민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라며 “대의원을 선발하는 과정이나 구성 같은 것이 당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천 제도 개편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적 쇄신도 굉장히 중요하다. 관련된 것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의원제 폐지와 공천규칙 개정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주로 주장하는 혁신 내용이다.
반면 비명계는 혁신위가 도덕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충돌이 예상된다. 김영배 의원은 “혁신위가 윤리정당, 책임정당이라고 화두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이 예전 같지 않다. 잘못해놓고도 책임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느냐는 따가운 질책에 대해서 화답할 때”라고 말했다. 비명계에서 문제 삼은 ‘당내 도덕성’을 더 강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혁신위가 방점을 찍은 혁신안 내용이 추후 공개된다면 그간 혁신의 방향을 두고 이견을 보여온 친명계와 비명계 의원들 간의 계파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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