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36도 폭염’ 경고에 “나무 심겠다” 답한 전북도…잼버리 대회만 열면 장땡?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시작되며 매일 전 세계 참가자 수백 명이 온열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배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곳곳이 진흙탕 투성인데다 벌레마저 들끓고 있다. 이 사태는 7년 전 예견됐지만 전북도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대회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유치 결과보고서’를 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전북도 의뢰로 2016년 7월 잼버리 타당성 조사 결과보고서를 냈다. 7년 전 작성된 이 보고서는 잼버리 행사 개최 시기인 올해 8월 ‘최고 36도에 달하는 고온이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가 오거나 물이 찰 가능성을 대비해 충분한 배수시설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폭염으로 수많은 환자가 발생한 2015년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 대회 사례를 들어 그늘 등 휴식장소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전북도는 당시 개최지로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새만금에 ‘풍성한 숲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간척지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잼버리 야영장 곳곳에 심기로 했으며 넝쿨 식물로 된 그늘을 최대한 많이 만들기로 했다.
또 우기에 배수가 잘될 수 있도록 토질개선과 배수로 시설 설비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이런 계획은 폴란드, 강원도 고성 등 여러 후보지를 두고 고심하던 세계스카우트연맹 이사회에 보고돼 새만금이 최종 개최지로 확정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제는 현재 새만금 야영장 모습은 보고서의 내용과 전혀 딴판이란 점이다. 풍성한 숲 공간 대신 참가자들은 나무 한 그루 없는 간척지 벌판에 내던져지다시피 하며 버티고 있다. 군데군데 물이 고여 벌레까지 들끓고 있다.
전날 하루에만 138명이 온열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벌레 물림이나 피부발진을 일으킨 참가자도 633명에 달했다.
현재의 사태는 전북도와 조직위가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2022년 사이 행사장 주변에 나무 심기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염 피해 등 위험을 사전에 알고도 행사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전북도 관계자는 “잼버리 부지에 1년에 2m씩 자라는 미루나무를 심으려고 했으나 염분 농도가 높아 심을 수 없었다”며 “넝쿨 터널 등 보완시설을 추가해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보고서에 나온 대책들을 왜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는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접촉한 전북도와 조직위 관계자 10여명은 “담당이 아니라 내용을 잘 모른다” “다른 부서(조직)에 문의해 달라”등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ㅣ
환경단체는 ‘탁상공론의 결과’로 어린 참가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전북녹색연합 관계자는 “간척지에 나무를 심으려면 최소 1.5m 이상 성토를 해야 하는데 이런 기본 계획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참담하다”며 “책상에만 앉아 아무 계획이나 내뱉고 사업을 강행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극한의 폭염 속에서 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당장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