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 이동환 목사 재판, 석연찮은 공회전

2023. 8. 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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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 하자로 공소 취소에도 기각은 보류
교단 내 재판으로는 문제 해결 한계 드러내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와 ‘이동환 목사 재판 대책위원회’가 지난 6월 26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 목사의 기소를 규탄하고 있다. / ‘이동환 목사 재판 대책위원회’ 제공


재판은 한 달 동안 공전을 거듭했다. 심리는 한 차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교회법 등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조치가 자의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법체계와 논리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재판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42) 얘기다.

이 목사는 ‘동성애 찬성·동조’를 금지한 ‘교리와 장정’(교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6월 재판에 회부됐다. 재판 과정에서 기소 단계에서의 절차상 하자가 발견됐다. 재판위원회(법원에 해당)는 그러나 3주가 넘도록 공소기각 등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 목사를 기소한 심사위원회(검찰에 해당)가 최근 공소를 취소했는데도 재판위원회는 결론을 보류한 상태다. 재판위원회가 공소기각을 결정하더라도 논란이 정리되는 건 아니다. 심사위원회가 추후 다시 이 목사를 기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 과정을 통해 교단 내 형사사법 체계의 미비함과 여기서 비롯한 문제 해결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동성애 찬성·동조 조항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교회 밖 법원의 개입 필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소 과정의 하자 뒤늦게 파악

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위원 6명 전원 찬성으로 지난 6월 이동환 목사를 기소했다. 심사위원회는 이 목사가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는 등 성소수자를 위해 펼친 활동을 두고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 교회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 목사는 2022년 10월 같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두 번째 기소의 발단은 지난 3월 접수된 고발장이다. 감리회 소속 목사와 장로 8명이 고발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심사위원회도 고발 내용을 대체로 인정해 이 목사를 기소한 것이다.

이 목사의 재판은 지난 6월 27일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까지 원활한 심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잡음이 일었다. 우선 심사위원회의 기소장에는 구체적인 혐의 내용이 적시되지 않았다. 이 목사 측이 재판위원회에 항의한 끝에 다시 기소장을 받을 수 있었다. 교회법상 재판은 공개가 원칙이지만 첫 재판부터 일부 변호인과 언론인 등의 법정 입장이 제한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7월 10일 두 번째 재판에서는 재판위원회가 기소 과정에서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심사위원과 고발인 중 한명이 같은 지방회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면 심사위원의 제척 요건에 해당한다. 심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해당 심사위원은 심사에서 배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소와 동시에 목사 직임이 정지됐던 이 목사는 임시로 직임이 회복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가 지난 6월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 정희완 기자


재판위원회는 하자를 치유할 방법을 살펴보겠다며 2주 뒤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 이 목사와 심사위원회, 고발인 측에도 필요하면 의견서를 제출토록 했다. 하지만 세 번째 재판이 열린 지난 7월 24일에도 재판위원회는 이 목사와 심사위원회 측에 다시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다. 결국 지난 7월 31일 재판에서 심사위원회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공소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재판위원회는 공소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향후 재판일정을 다시 통지하거나 판단 결과를 서면으로 전달하겠다고만 했다.

이 목사의 변호인인 박한의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는 “기소 과정의 하자가 발견되면 재판위원회가 그 자리에서 공소기각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굳이 고발인의 의견까지 듣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정하게 재판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라며 “재판위원회가 이번 재판을 민사소송처럼 고발인과 피고발인이 그저 자기 권리를 주장하며 싸우는 것처럼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사위원회, 다시 기소하나

재판위원회가 공소기각 결정하면 이 목사는 아무런 불이익 없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사안 자체가 마무리되는 건 아니다. 심사위원회가 이 목사를 다시 기소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심사위원회 측은 지난 7월 31일 공소를 취소하면서도 향후 기소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지를 재판위원회에 묻기도 했다. 이 목사를 재차 기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교단 내에서 기소를 하기에 앞서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고발인은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에 ‘회개하지 않으면 고발할 수 있다’는 취지의 권면서(일종의 내용증명)를 상대방에게 보내야 한다. 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고발을 할 수 있다. 이후 화해조정위원회와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비로소 기소에 이를 수 있다.

반면 이 목사 측은 이번 고발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교회법에는 목사나 장로가 고발할 수 있는 범과를 몇 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동성애 찬성·동조’ 범과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목사 측은 이를 근거로 이번 이 목사에 대한 고발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번 기소와 재판도 목사와 장로의 고발에서 비롯됐다. 이 목사 측은 감리회에 이런 고발권을 두고 유권해석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목사는 통화에서 “기소로 인해 두 달 정도 목사 직임이 정지됐고 재판에도 계속 출석해야 하는 등 피해를 봤다. 이런 상황에서 심사위원회가 자신의 잘못으로 하자가 발생해 공소를 취소했다면 최소한 유감을 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달 남짓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판위원장도 모두 3번이나 교체됐다. 특히 고발인 측이 제기한 재판위원장 기피 신청을 교단이 받아들여 논란이 일었다. 교회법 등 근거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재판위원장은 애초 A 목사였다. 하지만 지난 6월 27일 첫 재판이 시작됐을 때 재판위원장은 B 목사로 변경돼 있었다. 고발인 측이 A 목사의 기피를 신청했는데 교단이 이를 수용한 결과였다. A 목사가 이동환 목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게 기피 신청 이유였다. 두 목사가 감리회 내 목회자 모임인 ‘새물결’에서 활동한다는 점을 근거로 댔다. 새물결은 감리회 개혁을 요구하며 2017년 창립됐다.

교회법은 그러나 재판위원 기피를 신청할 수 있는 주체를 ‘피고소인’과 ‘피고발인’으로 한정한다. 형사소송법도 법관 기피는 검사와 피고인이 신청할 수 있지 피고소·고발인은 해당하지 않는다. 이 목사 측 변호인단이 이의를 제기하자 A 목사가 다시 재판위원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A 목사가 고발인 중 한명과 같은 지방회에 속해 있는 사실이 파악되면서 재판위원장은 결국 B 목사가 맡게 됐다. ‘이동환 목사 재판 공동대책위원회’는 “재판위원장이 세 번이나 변경된 것은 가히 촌극이라 할 법한 일”이라고 했다.

이동환 목사가 2019년 8월 31일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등 참가자를 위한 축복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 목사는 이 축복식을 이유로 교단에서 정직 2년의 징계를 받았다. / 쥬피터 제공


법원 개입 필요성 보여줘

이 목사와 동성애 관련 문제를 교단 내에서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점이 이번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발인의 재판위원장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명백한 공소기각 사안임에도 결론을 내리지 않는 점 등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교회 재판은 사회 재판보다 더 정의롭고 공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재판을 겪으면서 법정 안보다는 법정 뒤에서 뭔가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앞으로 법원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이 목사는 지난 2월 교단이 내린 정직 2년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징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 목사 측은 동성애 찬성·동조 금지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각종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종교의 자유를 들어 종교단체 내부의 결의와 관련한 사안은 심사를 자제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개인의 특정 권리나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거나, 교회 내에서 자율적인 해결이 불가능할 때는 법원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게 판례다. 이 목사 측도 동성애 찬성·동조 금지 조항과 관련한 논란이 교단 내에서 제대로 정리되기 어렵고, 분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법원이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이 목사의 이번 교회재판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징계 무효확인 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8월 30일이다. 소장이 접수된 지 6개월 만이다. 앞서 감리회 측은 법원에 답변서 제출을 미루다가 지난 6월 무변론 선고기일이 잡히자 급히 답변서를 냈다. “추후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상세히 다투도록 하겠다”는 한 줄이 전부지만, 답변서를 냈기 때문에 법원은 무변론 선고를 취소했다. 감리회 측은 8월 3일 현재까지 법원에 소송대리인 선임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감리회의 ‘교리와 장정’(교회법) 내 제척·기피 관련 내용
제17조(심사위원의 제척) 심사위원은 다음 각 항과 같은 경우에는 제척된다.
①심사위원이 고소·고발한 사건인 경우
②심사위원이 고소인, 고발인, 피고소인, 피고발인의 친족이나 가족 관계인 경우와 연회와 총회는 같은 지방회에 속한 경우

제18조(심사위원의 기피, 회피) ①피고소인, 피고발인은 심사위원 전원 또는 일부가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될 때에 1회에 한하여 그 이유를 들어 임명권자에게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

제32조(재판위원 제척 및 기피, 회피) 재판위원 제척 또는 기피, 회피는 제17조(심사위원의 제척)와 제18조(심사위원의 기피, 회피)에 준한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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