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최대 2%P차···운신의 폭 좁아진 한은의 선택은?
새마을금고 사태 등으로 금리 인상엔 부담도
한·미 기준금리차는 최대 2.0%포인트다. 역대 최대폭이다. 외국인 자금 유출 등 우려가 제기되지만, 한국은행과 전문가들은 금리차와 자금 유출 등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보다 한은의 운신 폭을 좁히는 것은 쌓여가는 가계부채, 금융시장 불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다. 4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한은이 언제, 어떻게 금리를 조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사례로 본 금리차 확대 영향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올 2월과 4월, 5월에 이어 지난 7월 13일 기준금리를 4차례 연속 동결(연 3.50%)했다. 미 금리(연 5.25~5.50%)와 최대 2.0%포인트 차이가 난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고 우려한다. 통상 지금처럼 미국 기준금리가 높고 우리와 그 격차가 벌어질 때 외국인 자금은 우리 주식·채권 등 자산시장에서 빠져나갈 개연성이 커진다. 금리(수익률)가 더 낮은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나면 환율이 상승하고, 국내 자산가격이 하락해 또다시 자금이 유출된다.
이론적으론 그렇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7월 10일 낸 ‘한·미 간 금리차 역전 현상 및 영향에 대한 소고’를 보면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은 2000년대 이후 최근까지 4차례 있었다. 2000년 1월~2001년 3월(1기, 최대 금리차 1.5%포인트), 2005년 8월~2007년 9월(2기, 1.0%포인트), 2018년 3월~2020년 2월(3기, 1.0%포인트), 2022년 7월~2023년 6월(4기, 1.75%포인트·미 연준의 7월 금리 인상 이전)까지 구분해보면, 주식의 경우 1기에서 자본순유입(151억달러)이 있었고, 채권은 2기(293억달러)와 3기(69억달러)에서 자본순유입이 발생했다.
현재 자금 흐름이나 환율도 나쁘지 않다. 외국인 증권(채권+주식)투자 자금은 올해 2월부터 지난 6월까지 5개월 연속 순유입 기조다. 8월 2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98.5원으로 1300원 아래 수준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직후인 7월 27일 주최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상황을 보더라도 내외 금리차 확대 전망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은 올해 들어 22조원 이상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환율도 주요국 통화 가치 흐름 등을 반영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외화자금시장 역시 양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금리 역전 시기인)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나 코로나19 위기 발생 직전의 경우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은 큰 폭의 순유출을 기록했으나 이는 금리차가 원인이라기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금융 불안정과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에 크게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에도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는 크게 증가해 외국인 투자자의 전체 국내 증권투자 자금은 순유입을 보였다”고 했다.
금통위 “긴축 기조 속 추가 인상 필요”
한은 금통위는 지난 7월 13일 금리를 동결하면서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6월 2%대로 떨어진 물가가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거나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국내 가계부채 흐름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미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 파월 미 연준 의장은 7월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후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기준금리를 9월 (FOMC) 회의에서 다시 올리는 것도 틀림없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연내 금리 인하 예상에 대해 “올해는 아닐 것”이라며 긴축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한은의 고민도 크다. 시장에서는 올해 남은 세 차례 금통위 회의(8월·10월·11월)에서 지금 수준을 유지하거나 또는 연말이나, 아니면 내년 초쯤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월 14일 “당분간 금리를 내린다고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금리) 내릴 것을 크게 기대하지는 말라”고 했다. 금리 인하가 어려운 이유는 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이 목표치(2%)에 근접한다는 확신이 없는 데다 가계부채가 금리 동결 이후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주요 은행 가계대출은 크게 늘었다. 8월 1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2208억원으로 6월(678조2454억원)보다 9755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만 보면 가계대출은 지난 5월 (1년 5개월 만에) 증가세를 보인 이후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 기간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12조8875억원)이 1조4868억원 증가했다.
금통위원들은 대체로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은이 8월 1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7월 13일 금통위 회의)을 보면, 한 위원은 “미 연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근원물가 둔화 속도의 불확실성, 미래 금융안정을 위한 가계부채 억제 필요성 등을 고려해 긴축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하면서 향후 필요 시 추가적 인상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역시 쉽지 않은 여건이다. 특히 최근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과 예금 인출 사태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한은 금통위가 가장 걱정할 사안은 한·미 간 금리 격차도 아니고 물가도 아니다. 바로 금융시장이다. 금리를 올렸을 때 새마을금고 사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제2금융권의 불안 등과 같은 금융시장 경색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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