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바이러스 검출 고양이 사료 ‘고병원성’ 확인…1만3000개 이상 팔렸다
서울의 한 동물 보호소의 고양이 사료에서 검출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이 동물 보호소에서는 고양이 네 마리가 고병원성 AI에 감염됐는데, 이 사료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문제의 사료는 현재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1만3000개 이상 팔려 나갔다. 전문가들은 AI의 인간 감염 등 다양한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 관악구 소재 보호소의 반려동물 사료에서 고병원성 AI 항원(H5N1형)이 검출됐다고 4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지난 1일 이 사료에서 AI 항원을 확인하고 고병원성 여부를 조사해 왔다.
AI 바이러스는 독성이나 DNA 구조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나뉜다. 고병원성일수록 폐사율(감염된 개체가 죽는 비율)을 높이고 전파 속도가 빠르며 산란율을 큰 폭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저병원성 AI는 3종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등록된 반면 고병원성 AI는 1종 전염병으로 등록돼 있다.
이날 고양이 사료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인되면서 사료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더 커졌다. 사료를 통한 고양이 AI 감염은 이전까지는 보고되지 않은 사례다. 다만 정부는 다른 전파 경로 가능성도 열어놓은 채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는 이 사료에 사용된 원료와 사료 유통 경로도 조사하고 있다. 문제의 사료 제조 업체 ‘네이처스로우’는 경영상의 이유로 지난 5월25일부터 살균 과정을 거치치 않은 채 사료를 제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살균 기간 생산된 제품을 구매한 사람은 이날까지 268명이었다. 150g 제품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 총 1만3200개 제품이 팔려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일 발표(212명·3200개)에 비해 큰 폭 늘어난 수치인데, 정부는 업체가 실수로 빠뜨린 구매자 명단을 추가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도별로 보면 경기 88명, 서울 80명, 인천 15명, 부산 14명, 대구·경북·경남 각 10명, 충남 8명, 전북·전남·강원 각 6명, 울산 5명, 충북·세종 각 3명, 광주 2명, 대전·제주 각 1명 등이다.
문제 사료가 전국에 1만개 이상 유통되면서 고양이 AI 감염이 더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인간과 접촉이 잦은 반려동물의 감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병원성 AI가 인간에게 옮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금으로선 인간에게 옮을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보고가 많이 되지 않았던 사례이기 때문에 (어떻게 확산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최근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가까운 포유류 사이에서 고병원성 AI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동물과 인간에게 더 해로울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7일까지 문제 사료를 전량 수거하고 사료 구매자가 기르는 반려 동물의 감염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료를 방문해 수거하는 과정에서 수의사와 전문방역관이 동행해 임상 증상 등을 직접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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