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데이트 코치’를 해준다?...AI가 이성 유혹 돕는 앱 논란
전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이 서로 어울리는 이성을 추천해주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AI)을 통해 이성에게 자신을 더 잘 어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데이트 앱을 통해 이성을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사용자들이 AI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AI가 개인의 가장 내밀한 영역까지 개입하도록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영국 가디언은 데이트 앱 ‘틴더’가 자기를 소개하는 프로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을 골라주는 기능을 테스트 중이라고 보도했다. AI가 사용자의 스마트폰 앨범을 살펴보고, 가장 잘 나온 5개의 사진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틴더의 모기업 ‘매치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버나드 킴은 “어떤 사진이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지를 고민하는 데 많은 이용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데, AI 기능을 통해 이를 덜어줄 수 있다”라며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더 나은 프로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틴더는 전 세계 7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1위 데이트 앱이다. 킴 대표는 틴더가 남녀 사이에 어색함을 없애고 데이트를 더 보람 있게 만들기 위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라 밝혔다. 일례로 틴더는 사용자의 자기소개를 대신 작성해 주는 생성 AI를 앱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틴더 자체 조사 결과, 회원의 3분의 1이 프로필을 작성할 때 ‘무조건’ 생성 AI의 도움을 받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AI가 데이트 시장에 진입해 남녀 관계의 발전을 돕는 일은 앞으로 빈번해질 예정이다. 특히 프로필 등 자기 소개를 대신 써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상대방이 보낸 메시지에 따라 다음 대답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와주는 AI 프로그램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데이트용 생성형 AI 프로그램 리즈(Rizz), 유어무브(YourMove.ai) 등을 소개하며 “단조롭고 상투적인 대화를 피해 더 로맨틱하고 개성 있는 문장으로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데이트 전용’ AI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한 이성과의 대화에 챗GPT 등 이미 출시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이미 일상적인 일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신 남성의 절반 이상이 잠재적인 데이트 상대와 대화할 때 챗GPT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 중 52% 이상의 남성이 데이트 앱에서 한 번에 여러 상대방과 원활한 대화를 하기 위해 챗봇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AI 기술이 인간의 가장 사적이고 감정적인 영역까지 침투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데이트 앱이 여러 이성을 추천해 주기는 하지만, 여전히 현실 세계에서의 연애와 마찬가지로 관계를 시작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따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데이트 앱이 AI 프로그램을 사용해 이런 간극을 파고든 것이다.
데이트 앱 ‘이너 서클’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크리스털 캔스데일은 가디언에 “데이트 앱에서 AI 사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데이트 피로’, 즉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하는 데 지친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그럴듯한 자기소개를 작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AI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도 데이트 앱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술이 보편화되면, AI가 연애 시장의 ‘빅 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디언은 프로필 사진을 골라주는 틴더의 기술에 대해 “이제 틴더 유저에겐 아름다움의 기준은 사용자의 인공지능에 달려 있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대화를 도와주는 AI프로그램의 경우, 데이트를 할 목적으로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도 나온다. 가디언은 데이트 앱 오케이큐피드가 3만 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10명 중 7명이 AI를 사용해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프로필을 만드는 것은 신뢰에 위배된다고 답했다”고 했다.
데이트 앱을 사기와 성폭행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 지금도 큰 사회적 문제인데, 생성형 AI 기술까지 접목되면 이런 일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캔스데일은 “안전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라며 “사기꾼, 스팸 발송자, 가짜 프로필에 이르기까지 업계 전체가 AI가 사람들을 속이는 데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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