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인 부산대병원 이사장 "자체해결 능력 보여 의미"[인터뷰]

백재현 기자 2023. 8. 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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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상 과정은 협상론 책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신뢰’와 ‘장애물 제거’, ‘솔직함’이 성공 열쇠
"준법의료의 규칙 가장 먼저 확립한 셈”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0일간의 긴 파업을 중재해 부산대학교 병원을 정상화 시킨 차정인 부산대 병원 이사장은 3일 오후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환자들에게 불안과 불편을 드렸지만 대학답게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2023.08.03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백재현 기자 = “진심이 통하는구나 싶어 고마웠습니다.”

부산대병원 노사가 극한 대립 속에 20일 간이나 파업을 벌이다 지난 1일 오후 4시 마침내 합의점을 찾았을 때의 심정이다. 파업 중재에 나섰던 차정인 부산대 병원 이사장은 3일 오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속내를 털어놨다.

노사 합의는 차 이사장이 중재에 나선 뒤 1박 2일에 걸쳐 거의 12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협상의 결과였지만 생각보다 빠른 결과라는 게 주위의 시선이다. 이번 파업은 많은 쟁점과 해묵은 과제들이 얽혀 있었다. 게다가 ‘불법의료 폭로’ 등으로 서로 감정의 골은 깊었다.

차 이사장은 “이번 협상 과정은 협상론 책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보람을 느끼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먼저 병원장의 중재 요청을 받고 바로 응하지 않고 노조의 동의를 받아 올 것을 주문했다. 갈등 양 당사자의 요청이야 말로 협상 성공의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 있었다. 중재를 요청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덕적으로 짐을 지우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협상 성공의 요소를 ‘신뢰’와 ‘장애물 제거’, ‘솔직함’을 들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6시 30분. 중재를 시작하며 그는 “어려운 일을 시작한다. 잘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며 솔직하게 말을 꺼냈다고 전했다. 쟁점에 따라 때로는 ‘어느 쪽의 의견이 더 끌린다’고 솔직하게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또 쟁점마다 양쪽에 질문을 하면서 스스로 완벽하게 상황을 이해한 뒤에 중재를 진행했다. 그것은 중재자가 어느 한쪽 편을 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양쪽 모두에 주었다. 그러다 보니 노조가 제기한 쟁점 한 페이지를 마무리 하는데만 2시간의 시간이 걸렸다고 차 이사장은 전했다.

그는 또 협상의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 사전에 생각했던 대로 ‘2021년 11월의 이사회 결정문 상의 의견수렴은 오늘까지 완료된 것으로 본다. 더 이상 의견 수렴을 요하지 아니한다’라는 문구를 협상장 스크린에 입력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했다. 의견수렴이라는 이름으로 어렵게 진행한 협상이 뒤로 되돌아 가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차 이사장은 “이번 협상 성공에 절차상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가지 한가지 합의에 이를 때 마다 일일이 문구를 불러줘 회의록에 기록하게 했다.

첫날 새벽 한시까지 진행된 협상이었지만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도 나자 노사 양쪽 모두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 이사장은 마무리 발언으로 “양측이 모두 실망하는 선에서 합의가 되는 것”이라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한 쪽이 파기하면 사회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며 다음날 협상에 잡도리를 했다.

다음날 오전 9시 30분에 속개된 협상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시설용역직 17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하면서 타결됐다. 노조의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였다. 다만 미화, 보안, 주차 등 세 직종은 ‘전국 국립병원의 동일직종의 평균 이상 보장‘이라는 처우 개선으로 합의했다. 미화직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어서 추후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의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선에서 합의됐다.

불법의료 분야에 대한 합의는 비교적 빨리 해결됐다. 병원측이 간호사를 86명 추가 고용하고 준법의료위원회도 설치키로 했기 때문이다.

노조측에서 ’불법의료 행위 폭로 기자회견‘ 등을 벌여 부산대 병원이 망신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차 이사장은 정 반대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불법의료라고 지적된 것들은 그동안 전국적으로 있어온 문제였다”면서 “오히려 부산대병원이 이번에 준법의료의 규칙을 가장 먼저 확립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병원에서 이번 합의 내용을 꽤 많이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고비는 ’필수 유지 업무‘에 관한 것이었다. 필수 업무란 파업을 해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업무로 기존에는 중환자실과 응급실이 포함됐다. 하지만 의사들은 암수술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측은 ’파업권의 본질을 침해한다‘면서 거세게 반대했다.

차 이사장은 별도로 노조 간부 20여명을 만나 “생명이 위험한 경우도 파업의 대상이 되면 국민들로부터 파업에대한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설득했지만 노조측은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부산=뉴시스] 협상 마지막에 '필수 유지 업무'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보이며 무산될 위기에 봉착하자 차 이사장이 8월 1일 오후 1시 30분 병원 장기려관 2층 약제부회의실에서 노조간부 20여명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사진=부산대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끈질긴 설득과 협상 끝에 마지막 고비까지 넘기며 협상을 마무리 했다.

덕분에 부산대 병원에서는 파업의 경우라도 양산과 부산병원 각각 암수술 120병상씩을 유지키로 합의했고, 항암주사실 70% 인력 유지, 중증외상 30병상 유지라는 결과를 낳았다. 당연히 의사들은 크게 만족했다.

“이번 파업으로 환자들에게 불편과 불안을 드린 점 죄송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간호인력도 증원되고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하게 됐다”고 말하는 차 이사장은 “파업이라는 큰 아픔을 겪기는 했지만 대학답게 외부 공권력이 아니라 문제를 우리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해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tbri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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