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1000건, 내 일상으로 들어왔다
얼마 전, 강의를 듣는 중이었다. 휴대폰으로 녹음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친구들과 놀러 간다던 아이였다. 당장은 받을 수가 없었다. 조금 후에 걸었더니 “일단 해결했어”라면서도 뾰로통한 목소리다.
아이 상황을 들어보니 그럴 만도 했다. 모처럼 친구들과 잘 놀고 밥을 먹은 후, 체크카드를 냈는데, 금액이 부족하다며 결제가 안 됐단다. 잔고 확인을 안 한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히 친구들한테 빌려 계산은 했단다.
이참에 아이에게 신용카드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이전에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단, 코로나19가 심할 때는 외출이 적어 카드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이젠 외부활동이 늘어난 만큼 필요해 보였다. 아이가 평소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아 큰 염려는 하지 않았다. 또 겸사겸사 경제 공부까지 된다면 좋지 않을까.
청소년 신용카드는 만 12세 이상 중고생 자녀에게 부모가 동의하고 이용 업종과 한도를 정하면 비대면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나 부모 알림 등 모니터링도 해줘 안심하고 편리하다.
이는 규제샌드박스 중 하나다. 2021년 ‘미성년 자녀를 위한 가족카드 서비스’로 첫 실증특례를 받아 삼성, 신한카드에서 시작했고 2023년 6월부터는 우리, 현대카드도 추가됐다. 특별히 은행에 갈 필요도 없다. 집에서 부모의 모바일 운전면허증으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 편리하다.
지난 7월 규제샌드박스 누적 승인 건수가 1000건을 돌파했다고 한다.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새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 안에서 우선 시장에 출시하는데, 시험, 검증을 위해 현행 규제를 적용하진 않는다. 그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합리적인 규제 개선을 하는 제도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 박람회 등에서 담당자들에게 종종 들어왔다. 그 규제샌드박스가 벌써 1000건이라니 놀랍다. 처음에는 일반 국민에게 크게 상관이 없겠다 생각했다. 웬걸, 이미 알게 모르게 우리 실생활 속에 들어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앞서 말한 청소년 신용카드가 그렇다. 또 내가 자주 쓰는 ‘예금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도 같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예금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는 나 같은 사람에게 딱 맞다. 다른 투자 없이 예금하는 사람들 말이다. 돈이 생기면 금리를 비교해보고 맡기는데, 일일이 찾아볼 필요는 물론 은행서 물어볼 필요도 없어졌다. 그래서 예금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는 내게 필수다. 그렇게 편리하게 자주 접하다 보니 저축에 관한 관심도 더 높아졌다.
가장 놀라웠던 건, 식품 이야기다. 얼마 전 라면을 먹으려고 보니 뚜껑에 QR 표시가 돼 있었다. QR이 보이길래 찍어봤다. 식품 표시 사항이 나온다. 아, 이게 ‘스마트 라벨’이구나.
그렇지 않아도 갈수록 눈이 침침해져 읽기 힘들다. 제한된 면적에 표시한 글자 크기는 너무 작다. 좋은 제품일수록 많은 내용을 담았을 텐데, 그런 건 살펴볼 엄두가 안 나 포기했었다. 규제샌드박스가 영향을 줬다. 스마트 라벨이 생기면서 편리해졌다. 포장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확대해 보기 쉽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좋은 점이 많다. 내용이 바뀌어도 포장지 교체하는 비용이 절감된다. 무엇보다 음성, 수어 및 보충 정보를 더 넣을 수 있어 많은 사람에게 유익하다. 아직은 시범이지만 개인적으로 계속되길 바란다.
규제샌드박스는 지난 6월 기준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약 18조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매출도 약 6000억 원이 증가했으며, 약 1만40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났다고 한다. 이런 장점으로 정부는 규제샌드박스 승인 사업 중 규제 개선이 필요한 과제는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는 제도 시행 5년 차에 접어든다. 특례기간이 만료되는 과제가 많아졌다. 정부는 기간 만료가 임박한 과제를 규제샌드박스 관계부처 전담반을 통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체크카드와 다른 건 알지? 이제 정해진 종류와 금액 내에서 적절하게 써야 해.” 아이는 끄덕인다. 말하진 않았지만 내 걱정도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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