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책과 지성] "권력의 모든 속성은 로마에서 실험됐다"
막스갈로 (1932~2017)
"로마제국의 유산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모두 이 문명의 상속자들이다. 로마는 우리에게 하나의 거울이다."
역사에 관한 한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불리는 막스 갈로는 로마사를 뒤흔든 인물들을 골라 권력의 속성을 추적한다. 그리고 갈로는 말한다. "권력의 모든 속성은 로마에서 실험됐다."
갈로가 탐구한 인물은 잔혹한 과정을 거쳐 권력을 장악했지만 부도덕의 멍에를 쓰지 않은 티투스, 철학마저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아우렐리우스, 평민의 지지를 가져오기 위해 기독교도를 인정한 콘스탄티누스, 최고의 자리에 앉아 권력의 쾌락적 본질을 보여준 네로 등이다.
갈로는 권력에는 몇 가지 특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가 권력이 곧 도덕이 되는 아이러니다. 잔인한 전투를 거쳐 예루살렘을 점령한 티투스는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지 않았다. 예루살렘을 점령했지만 동시에 예루살렘에 자비와 관용을 베풀었기 때문이었다. 무력으로 얻은 바로 그 권력이 자비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이념이나 철학도 결국은 권력의 도구라는 사실이다. 권력보다 철학을 사랑했다고 알려진 '철인 황제' 아우렐리우스는 알려진 것과는 좀 다른 인물이다. 인간 존중을 내세운 그의 철학은 자기 뜻에 따르는 사람에게만 허용된 것이었다. 자기 철학에 감화하지 않는 이교도나 이민족들에게 그는 누구보다 가혹했다. 그의 철학은 내부를 다스릴 때는 선으로 활용됐지만 권력을 장악할 때는 악으로 돌변했다.
세 번째, 권력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연기도 해낸다. 로마제국이 거대한 영역으로 확장된 데는 콘스탄티누스의 힘이 컸다. 갈로는 권력 확장을 위해 대중의 지지가 필요했던 그가 의도적으로 기독교를 보호했다고 말한다. 기독교 교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권력 쟁취를 위해 평민이 많이 믿는 기독교를 용인했던 것이다.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를 믿지 않다가 죽기 직전에 황제복을 벗고 세례를 받기는 했다.
막스 갈로는 또 "권력은 쾌락으로 멸망한다"고 말한다.
최고 권력은 늘 쾌락의 유혹에 쉽게 빠졌다. 네로에게 권력은 곧 쾌락의 다른 이름이었다.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 비판이라는 기능은 정지되기 때문에 쾌락의 가속도는 무섭다. 한 인간을 무너뜨리고 결국 권력을 무너뜨린다. 역사적으로 한 권력이 막을 내릴 때 돈, 여자, 술이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찍이 니체는 "이 세상은 권력에의 의지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단언했다. 인간은 권력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동물이라는 이야기다. 살다 보면 조직은 물론 가족 간에도 친구 간에도 연인 간에도 권력 현상이 일어나는 걸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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