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추 주산지 경북 북부 홍고추 경매장에서 만난 농민들

유건연 2023. 8. 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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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주산지 경북 북부에 있는 북안동농협(조합장 강병도) 홍고추 산지공판장과 국내 최대 거래 규모를 자랑하는 서안동농협(조합장 박영동) 고추 공판장이 7월29일과 31일 연이어 개장하면서 올해산 홍고추 거래가 본격화하고 있다.

조연수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 경매사는 "폭염 기간을 지나 8월 15일 전후해 착과량과 출하량을 보면 전반적인 올해 작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7월 잦은 비로 수세가 약해졌고, 시듦과도 많은데 그렇다고 따내기를 포기하면 두물, 세물째 착과에 영향을 미친다. 따내기와 방제를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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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1일 경북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에서 올해산 홍고추 첫 경매를 하고 있다. 안동=현진 기자

“약값은 오른 데다 잦은 비와 긴 장마에 이은 폭염까지 방제비는 지난해보다 배 이상 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다 수입까지 한다니 기가 막힙니다. 농민도 살아야 하는데…”

고추 주산지 경북 북부에 있는 북안동농협(조합장 강병도) 홍고추 산지공판장과 국내 최대 거래 규모를 자랑하는 서안동농협(조합장 박영동) 고추 공판장이 7월29일과 31일 연이어 개장하면서 올해산 홍고추 거래가 본격화하고 있다. 

개장 초반 시세는 지난해보다 1㎏당 1000~1200원 높게 형성됐지만, 8월 중순이후 작황에 따라 출하량과 시세는 달라질 것으로 농가와 공판장 관계자들은 예측한다. 

공판장에서 만난 고추 농가들은 가격 걱정 반 작황 근심 반 심정으로 거래 추이를 살피고 있다.

농가는 잦은 비와 오랜 장마에 곧바로 30℃가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이상기후에 인력난까지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추농사 30년 경력 유영명씨(57·영주시 문수면 만방리)는 “오랜 장마와 집중호우로 착색 예년보다 보름 정도 늦은데다 시듦병이 심하게 왔다. 바로 폭염이 이어지면서 탄저병까지 기승을 부린다니 올해 농사는 유독 힘들다”고 말했다.

올해 1만2561㎡(3800평)에 고추를 심은 김영학씨(62·안동시 서후면 교리)는 “7월 계속된 장마로 첫물 작황은 예년만 못하다. 물러 꼭지가 빠진다”면서 “장마가 끝나고 바로 35℃에 육박하는 폭염 이어지면서 탄저병도 상당하다. 잦은 비로 방제비만 지금까지 지난해보다 20% 이상 더 들었다”고 말했다.

이윤경씨(63·울진 평해읍 학곡리)는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아주심기 때는 물론 고추를 수확하는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 어려움이 많다”면서 “폭염까지 더해져 수확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했다. 

35℃에 육박하는 폭염이 1주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8월 중순 이후 작황도 농가 관심사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탄저병·역병이 발생하고, 고추나무 생장이 멈추며 꽃이 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여년전 귀농해 4297㎡(1300평) 고추 농사를 짓는 장영덕씨(71·봉화군 소천면 임기리)는 “농촌에선 고추밖에 지을 농사가 없다”면서 “7월 한달 방제비만 100만원 들었다. 탄저병이 창궐할 조건이 다분한 8월에도 방제를 계속해야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연수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 경매사는 “폭염 기간을 지나 8월 15일 전후해 착과량과 출하량을 보면 전반적인 올해 작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7월 잦은 비로 수세가 약해졌고, 시듦과도 많은데 그렇다고 따내기를 포기하면 두물, 세물째 착과에 영향을 미친다. 따내기와 방제를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건고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수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 한 중도매인은 “본격적인 첫물 수확과 거래를 앞둔 상황에서 6월 정부의 중국산 TRQ물량 수입 발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생산 농가 타격은 불 보듯 하다”고 주장했다.

귀농 3년차 허상행씨(54·예천군 용문면 원류리)는 “고추 농사가 손이 많이 가는데다 올해처럼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방제비는 물론 자재비 등 투입비용도 많이 들어 정말 힘들다”면서도 “가격만 제대로 나와주면 그런대로 괜찮은데 정부가 중국산을 수입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민도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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