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숨진 서이초 교사, 문제행동·민원에 고충"(종합)
"연필사건 확인…학부모 폭언, 경찰 수사 필요"
서이초 교사 대상 설문…70% 민원·항의 겪어
[세종·서울=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교육 당국은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10여일의 합동조사에서 학생들의 문제 행동과 학부모의 민원, 학기 말 업무 부담으로 고충을 겪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 고인의 사망 배경으로 지목됐던 학부모 민원의 지속성이나 그 내용 등 '악성 민원'의 실체는 규명하지 못하고 경찰 수사에 공을 넘겼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교육청과 실시한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합동조사는 지난달 18일 서이초 1학년 담임이었던 2년차 새내기 교사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 조사와 별도로 진상규명을 위해 이뤄졌다.
'연필사건'에 고인 고충…'악성민원'은 규명 못 해
연필사건은 지난달 12일 오전 고인이 맡고 있던 학급의 수업 시간에 발생했다. 당시 A 학생이 B 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B 학생이 이를 막으려다 이마에 상처를 입은 사건이다.
알려진 학부모 민원 관련 교내 상담일지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
당국은 고인이 연필사건 당일 개인 휴대전화에 연필로 찔린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다수의 부재중 전화 기록이 있었다고 밝혔다는 동료 교사의 진술을 확보했다. 진술에 따르면 해당 학부모는 연필사건 당일 고인과의 통화에서 화를 냈다고 한다.
다만 당국은 해당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연락처를 알게 된 경위나 이 과정에서 담임 자격에 시비를 거는 등 폭언을 했는지 여부는 규명하지 못했다.
또 연필사건이 학교 관계자 입회하에 관련 학부모들이 만나 원만히 해결된 것으로 처리된 후 지속적인 학부모 민원이 있었는지도 파악하 못 했다.
고인, 다른 문제행동 학생 2명 인해 괴로움 호소
학습 과정에서 화와 짜증, 막말을 했던 C 학생과 고집을 부리고 불안 증세를 보인 D 학생으로 인해 고인은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학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이초 측은 고인에게 C 학생 학부모에게 심리검사와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할 것을 조언했다. D 학생과 관련해서는 보조교사(학습지원튜터)를 지원했다.
당국은 고인이 저연차 교사라 기피하는 1학년 담임이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업무를 떠맡겼을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두 업무 모두 고인의 1순위 희망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창문이 한쪽 벽에만 있고 창고가 딸려 있어 빛이 잘 비치지 않는 열악한 교실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무작위 배정했다"며 선을 그었다. 교실 교체를 거듭 요구했으나 묵살했다는 점에 대해 설세훈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은 "학교가 개선할 상황을 검토했는데 답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고인이 고충을 호소한 사안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유명 정치인들의 이름을 학교가 관리하고 있는 기록(학부모 이름)과 대조, 해당 학급에 실제 정치인 가족이 없는 것으로 추정했다.
학교나 관리자가 고인의 고충을 묵살하거나 외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국은 학교가 보조교사를 배치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보고 있다.
장 차관은 "이번 합동조사는 방학기간에 이뤄지고 고인의 업무용 컴퓨터, 학급일지 등이 경찰에 이미 제출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경찰에서 철저하게 수사해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밝혔다.
서이초 교사 70% 민원·항의 경험…"민원처리반 필요"
교육부와 시교육청이 지난달 27~28일 서이초 교원 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1명(63%) 중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6명(14.6%)은 학부모 민원·항의를 월 7회 이상 경험했다고 밝혔다.
'교권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9%에 달했다. 지나친 간섭과 막말 등 학부모 응대, 담임 외 업무 병행, 과밀학급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과 함께 정서불안, 품행장애, 대인관계 불안 등 부적응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접수됐다.
서이초 구성원들은 당국에 학교 업무경감, 교권보호, 부적응 학생 지도를 위한 지원 정책을 요청했다.
교권보호를 위한 민원처리반을 도입하고 악성민원을 교육활동 침해로 신고하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 차관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 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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