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에 26兆 베팅한 보험사 리스크 확대…금융 당국 집중 점검
선순위 투자 비중 32%
중·후순위, 에쿼티 투자는 57%
부실 발생 시 원금 회수 가능성 낮은 구조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 지속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이에 투자한 보험사도 건전성이 동반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 당국은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4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보험사의 작년 말 해외 부동산 투자잔액은 26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21.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북미, 유럽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해외 부동산 투자의 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북미 67% ▲유럽 14% ▲아시아 4% ▲기타 14%다. 용도별로 살펴보면 오피스(사무실) 비중이 37%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기타 상업용 시설 23% ▲복합시설 19% ▲호텔 7% 수준이다. 단, 유럽 지역으로 한정하면 오피스 투자가 약 50%를 차지하며 다른 지역에 비해 오피스 투자 비중이 높았다.
보험사는 초저금리 시기 고유동성을 바탕으로 성장하던 해외 부동산에 베팅했다. 그러나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북미·유럽 등의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꺾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자금조달 비용 상승, 거래량 감소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CRE) 가격상승률은 작년 초 20%에서 올해 1월 -5%까지 하락했다. 유럽의 프라임 등급 오피스의 경우 자산가치 연간 변동률이 작년 초 약 5%에서 올해 초 -10%를 하회했다.
보험사의 투자가 집중된 오피스의 경우 부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 지역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2019년 12월 말 13.4%에서 올해 6월 말 20.6%로 더 높아졌다. 유럽의 상업용 오피스의 공실률은 10% 이하로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강력한 환경 규제로 지속가능성 등급을 보유한 지속가능한 오피스(sustainable office)에 대해서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보험사 투자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국내 투자 대비 선순위 비중이 낮고 중·후순위·지분(에쿼티)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점도 부실 위험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은 선순위가 32%인 반면, 중순위와 후순위 및 에쿼티 비중은 각각 26%, 31%에 달한다. 선순위 이외 투자는 기초자산의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등의 사유로 선순위 투자자의 매각 결정이 이뤄질 경우 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
윤소정 한신평 수석 애널리스트는 “오피스를 포함한 부동산 자산은 투자 규모가 크고 환가성이 낮기 때문에 원하는 시기에 희망 매각가액으로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비우호적인 투자환경에서 잠재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경우 자산가치 하락 등 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수석 애널리스트는 “코로나 이후 공실률이 예상 수준을 벗어나 크게 높아지고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해 자금 재조달 시점에 리파이낸싱 위험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 부실 위험이 표면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은 전체 운용자산의 3% 내외라는 점에서 전체 운용자산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보험업권의 설명이다.
금감원 역시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 금융업권의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를 살펴보고 있다”라며 “현재 보험업권의 리스크가 큰 것으로 보고 관리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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