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시간30분 전 지나갔는데…" 서현역 흉기난동에 시민 '두려움·분노'[현장르포]
준비한 다른 칼 꺼내 범행 계속해
간발의 차로 사고 피한 시민들
"처벌 강화해야 vs 사회 구조 문제"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에서 만난 문모씨(41)의 이야기다. 그는 흉기 난동이 발생하기 1시간 30분 전까지 가족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고 했다. 문씨는 "원래 여기 계속 있으려고 했는데 주차하기 어려워서 그냥 일찍 가자고 했다"며 "아슬아슬하게 참사를 당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 3일 발생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시민들은 두려움과 분노에 빠져 있었다.
1층 광장을 둘러싼 매장들은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았다. 매장 직원들은 출근하지 않았으며 트라우마 치료를 권유받았다. 사고 당시 매장을 담당하지 않았던 백화점 직원들만 출근해, 손님들이 사고 당시 잃어버린 소지품을 돌려주거나 매장 물품을 관리하며 매장을 지켰다. 보안업체 직원은 당초 29명 배치됐지만 이날부터 6명을 증원해 35명이 근무를 섰다. 보안 직원들은 가스총과 진압봉을 챙기는 등 중무장한 차림이었다.
시민들은 놀람과 두려움을 표했다. 인근 주민 신모씨(35)는 "매일 왔다 갔다 하던 길인데 남일같지 않았다"며 "너무 충격적이고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서현역 근처 회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씨(31)도 "휴가철이라 회사에서 오후 4시께 일찍 퇴근시켜 다행히 피해자가 없었다"며 "늘 출퇴근하는 길인데 심지어 평소 퇴근 시간대에 벌어진 사건이라 더욱 무섭기도 하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불안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은 사건이 그만큼 잔혹했기 때문이다.
소방과 백화점 관계자 등에 따르면 피의자 최모씨(22)는 지난 3일 오후 5시 55분께 백화점 외부 인도로 최씨 어머니 소유의 모닝 차량을 몰아 보행자를 치는 등 5명을 다치게 했다. 이후 오후 5시 57분께 백화점으로 들어가 1층 광장에서 미리 구입했던 칼 두 자루 가운데 한 자루를 휘둘렀다.
현장에 있던 보안업체 직원과 백화점 직원이 최씨를 제지해 칼을 떨어뜨리게 했다. 그 과정에서 보안업체 직원 또한 상처를 입어 이후 네바늘가량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직원들이 피해자 구조에 나선 사이 최씨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이어 오후 5시 59분께 나머지 칼 한 자루를 꺼내 매장 사이 복도를 돌아다니며 재차 휘둘렀다. 총 9명이 칼부림으로 옆구리, 등, 복부 등에 자상을 입거나 팔꿈치에 열상이 발생했다.
백화점 측은 오후 6시 7분께 "정신이상자가 배회 중이니 대피하라"라는 취지로 1차 안내방송을 송출했다. 최씨는 도주 끝에 오후 6시 9분께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경찰 지구대에 붙잡혔다.
주민 이모씨(42)는 "피의자가 사회적으로 단절됐고 사회적으로 어려운 배경이 있었더라도 범죄는 범죄"라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다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우리 사회의 건강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인근에 회사를 운영하는 최모 대표(40)는 "사회공동체 책임이 있다고 본다. 현재 복지제도가 점차 줄어드는데 사회구조가 점점 빈익빈 부익부 구조가 되면 상대적 박탈감이 늘어날 것"이라며 "'신림역 칼부림'도 나 빼고 다들 행복한 것 같다면서 범행하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소외계층이 10~20%로 늘어나고 이들이 나만 불행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아무리 경찰력을 늘려도 범죄를 막아낼 수 없다"며 "단순히 사건 하나하나 별개의 건이라고 보지 않고 사회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가족과 나들이를 나왔다가 참변을 피한 문씨는 "관심 갖고 소외계층을 지켜봐야 한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가운데 범죄가 나왔다. 일본은 묻지마 범행을 벌인 피의자가 자주 이용하던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한다고도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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